또, 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Grace k

곤하게 잠든 루이를 살살 흔들어 깨운다.
잠에 취해 기척도 하지 않는다.
외투를 꺼내와 한 발씩 끼우고
살포시 안는다.
딸은 우산을 받쳐 들고 비 오는 바깥으로 나간다.
밤 11시 45분,

네 번째이자 오늘의 마지막 산책이다.
보쌈하듯 안고 나온 루이는 차가운 공기의 감촉에
부스스 눈을 뜬다.
배변도 배뇨도 긴 밤을 뒤척이지 않을 만큼 해줘야 한다.
1인 3각 경기 같은 야간의 산책을 마치면
비로소 하루가 끝이 난다.
생계를 위한 일만큼 당연하고 중요한
일상의 중심에 'walk with Louie'가 있다.
반려견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인 돌봄의 관계다.
먹이고, 입히고, 볼일 본 자리 뒷수습을 한다.
아프면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주기만 하는 관계였을까.

딸과 나는 "오, 우리 therapy dog 어딨지?"
라고 곧잘 말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잠들어 있거나
꼬리도 흔들지 않는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는
루이에게 우리가 문안인사 하기 바쁘다.
존재만으로 우리는 웃고 설렌다.
손에 간식이라도 쥐고 있을 때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꼬리까지 흔들어 보인다.
그럴 때면 유명 트로트 가수의
" 내 손 한번 잡아주이소"의 루이버전 시연이다.
"루이, paw, sit, roll over, stay... ok"
기립박수만 없지 웃음꽃 만발하는 현장이다.
구르기는 노화로 힘들어해서 생략했지만
평생 아가인 루이의 재주넘기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웃음과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생명체는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시간을 달린다.
노년의 무대즈음에 있는 루이이기에
더 애틋하고 먹먹하다.
주기만 했는데, 받기만 한 기억으로
치환되는 반려견과의 동행이 오늘도 이어진다.
이 날들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새 날의 아침을 열어간다.

간절한 뒤태 내 손에 든 간식을 확인한 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