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막바지

소회

by Grace k

서울과 경기도권으로 첫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눈의 설렘보단
출근길 대란이나, 질척거리는 길 위의
불편함이 떠오른다.
현실을 사는 이들의
자각이 먼저 앞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은 달력을 체크하며
실감할 뿐이다.
막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시간은
쏘아놓은 화살 같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년 마지막 날의 카운트다운 무렵이었다.
새해맞이 들뜸이나 소망보다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눈 깜빡하면 연말로 순간이동
해 있을 것 같은 착각이었다.
그 시간이 지금 이 순간이라 저으기 놀랍다.
앞으로의 시간은 두 배속 세 배속으로 더 빨리 달려갈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하기도 하다.
특별한 것이 없는 한 해였다.
가성비를 찾아 생활을 꾸리고,
여느 해처럼 무리했지만 모국을 방문했다. 주어진 일을 감당하고 노견 루이를 돌보며
아들 딸과 각자 맡은 일들을 했다.
비가 잦은 계절에 햇살이 나오면 걸으려 했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잔기침을 오래 하며
즐기던 맥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일을 하고, 여행 가서는 오랜 벗들과 재회했다.
그리고 솜씨 없는 내가 글쓰기 플랫폼에서
생각을 나누며 글벗들의 소중한 글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훌륭한 글들을 창작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대하며 위축되었다.
내가 머물 곳이 아닌데 잘못 찾아서

들어왔다고 여겼다.
여섯 달 남짓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서툰 글을 쓴다.
지적하거나 텃세하지 않고,
따스하게 바라보고 소통해 주시는 글벗들과
함께다.
이렇게 한해의 끝에 섰다. 성취한 것은 없지만
무사히 건너올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우산을 받쳐 들고 외투를 입힌 체
루이 산책을 다녀왔다.
덧나려는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항생제를 먹였다. 루이는 배불리 먹고 깊은 낮잠에 빠졌다.
손길이 꼭 필요한 생명에게
내가 아직 필요한 사람인 것도 다행이다.
이렇게 12월 마지막 달의 하루가
느릿느릿 저물어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내게는 별 것 없는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