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낼 결심

by Grace k

"한동안 냉장고 안 재료 파먹기를 해보자" 결심,
열흘정도 지났다. 냉동칸을 열면 '훅' 끼치는 냉기가 다르다. 이제야 그 속이 헐거워졌다.

식구 둘에 가끔 봐 둔 장도 챙겨 먹을 일이
많지 않았다.

오래 쓰던 딤채를 버릴 때쯤
가족 구성원이 줄었다.
요리를 즐기는 아들이 1년 전 분가할 즈음이었다.
그때부터 냉장고는 한대면 충분해졌다.
날씬한 딸은 먹는 양이 적고,
딸보다 잘 먹는 엄마는 까다로운 식성이 아니다.
아침은 빵과 커피의 간편식,
일터에서 제공되는 식사 그리고 저녁은
일품이거나 전날 남은 음식 등을 소비했다.
덜어지는 걸 보니 장청소라도 한 것 마냥
개운하다.
계기가 있어야 비울 수 있는데 한 집에서
18년째 살다 보니 좀체 비울 기회가 없다
줄여가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머릿속 잡념들,
군더더기 투성이의 초고글,
자리를 차지하는 살림살이
-빈티지와 고물의 경계에 있는 물품들-

연말이고 새해를 계획해 보는
결심의 달이 머잖았다.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싶어졌다.
채우기보다 덜어내기가 어렵다.
욕심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물욕이 쌓아 올린 짐더미는 정도의 차이일 뿐,
내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새해에는 좀 더 가벼워질수 있을까

음악 좋아하는 내 집 구성원들이

사 모았던 LP가 많다.

한 때는 소중했지만

지금은 벽 한면을 가득 메운 존재감으로만

버티고 있다.

그 겨울의 찻집이라도 열어야 쓸모가 있을것 같은.


글 제목은 좋아하는 영화제목을 살짝

버무렸습니다.

살인의 추억, 헤어질 결심,

아, 그 겨울의 찻집은 애청곡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