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요일

1월 12일 시점

by Grace k

지치지 않고 내리는 비다.
이전에는 가랑비에 옷 젖듯 내렸다면
요즘은 한국의 여름 장맛비처럼 퍼붓는다.

아침 첫 산책 시간이 30분쯤 늦어졌다.
약간의 기척에도 나는 깨는데
오늘 루이가 느긋하다 했더니 웬걸,
1층 부엌 앞을 지나는데 신고 있던 수면 양말이 젖는다. 작은 웅덩이처럼 루이의 흔적이 고였다.
밖은 양철 거터를 때리는 빗소리가 세차다.
루이의 본능도 호우 속 걷기는 거부한 셈이다.
몇 년 전 사 두고 쓰지 않은 강아지 패드를
최근 수차례 사용했다.
쓸모 있어져서 다행이지만
루이에게 사용할 날이 올 줄 몰랐다 .

오랜 벗 둘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집 앞이라는 제 일의 장점만으로

별다방에 앉았다.
실내는 학교를 파한 학생들까지 가세해서
빈자리가 없다.
세차게 떨어지는 '비멍' 하면서
바깥 테이블에 앉으니 공기는 차갑지만
머리 위로 열선 램프가 따끈하다.
절반은 차갑고 나머지는 따뜻한
노천 온천의 그것과 다르면서 닮았다.

일 없는 월요일이 느릿하게 지나간다.
동지를 기점으로 조금씩 길어지는 낮시간을
체감하며 귀가하니 정물처럼 루이는 잠들어있다.
쾅 닫는 문소리도 발소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루이를 깨우는 비책이 있다.

들어오는 길에 사 온 단호박을 쪘다.
냄새에 눈을 뜨고 꼬리까지 올라간
루이를 보는 순간이 행복하다.
"건강하게 먹는 건 괜찮아,
룸 메이트 -작은 주인- 오기 전에 얼른 먹자"
큰 주인과 루이는 먹거리 케미가 최고다.
특별할 것 없는 한겨울의 하루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내일은 맑음이면 좋겠다-예보가 비껴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