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하다
대입을 한창 준비 중이던 85년 여름,
아빠가 돌아가셨다.
말수가 지극히 적으셨고
좀체 힘든 내색 하지 않으시던 아버지이셨다.
"병원을 가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 직후 입원을 하셨다. 더 이상
손을 쓰거나 연명 치료가 힘들다고 했다.
외삼촌 품에 안겨 집으로 오셨다.
며칠 후 세상과 영영 이별하셨다.
연년생이던 나와 내 남동생은
그때 새벽기도를 처음 나갔다.
떠나시기엔 너무 이르다는 걸 알았다.
신앙적인 열심은 우리에게도 기적을 허락해 줄 것 같았다.
아빠의 머리맡에서 성경을 읽어드렸다.
떠나시기 전 날 희미하게 짜증을 내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빠의 고통과 정을 떼려는
본능처럼 느껴진다.
동이 튼 이른 아침 엄마가 우리를 조용히 불렀다.
아빠 손을 잡아드리라고 했다.
코와 입은 하얀 솜으로 막혀있었다.
떠나신 지 몇 시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손은 굳어갔고 온기가 없었다.
수간호사를 지낸 엄마의 손길이 있었길래
집에서도 아빠는 늘 극진한 간호를 받으셨다.
아들 딸의 기도를 들으셨는지
임종 나흘 전쯤 세례를 받겠다고 하셨다.
목사님께서 집을 방문해주셨고
은혜가운데 의식을 치렀었다.
큰 딸을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와
40년 전 그렇게 작별했다.
나는 그때의 아버지보다
10년을 더 산 나이가 되었다.
그때 기억 속의 부모님은 참 어른 같았는데
나는 지금도 미숙하다.
그래도 아버지의 부재보다는 받은 사랑을
기억했다. 스스로 결핍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1월의 하늘이 시리도록 파랗고 드높다.
문득 그렇게 떠나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서 글로 추억하고픈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