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정태춘'을 생각하다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다시 듣다.

by Grace k

한 소절 듣기만 해도 울컥하는 노래나
가삿말이 있으신가요.

음유시인이라는 단어가 이 가수만큼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북한강에서'를 들었다.
부부가 함께 작사 작곡한
'사랑하는 이에게'를 희끗해진 머리로
함께 부른다.
통기타를 메고 나란히 서서 읊조리는
노랫말에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리고 '92년 장마, 종로에서'

86학번으로 치열한 민주화 항쟁의
틈에서 최루탄의 매운맛에 흘린 눈물이 떠올랐다. 어렵게 쟁취한 피와 땀의 세월이
25년, 역행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재현되던
비극에 울분을 삼켰었다.
현장에서 불려지던 가수의 이 노래가
더할 수 없이 슬펐고,
그러하기에 더더욱 소중했다.
부부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노래로 역사를, 사랑을
때로는 동심-윙윙윙 같은-을 어루만져주는 가수가 새삼 고맙고 귀했다.
'정태춘'이라는 이름이 철학이고 시다.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절절함이

혈관을 파고드는 듯 하다.

오늘은 종일, 그가 남긴 음악을 따라가는 하루를 보낼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정태춘 님의 노랫말을
나눕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by 정태춘 작사 작곡

모두 우산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 비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 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어이 훠이 훠이



덧)어제 박 스테파노 작가님이

올려주신 음악이야기를 읽다가 그 여운으로 작성해 본 단상입니다

열린 음악회 출연 장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