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기대어

by Grace k

딸은 늘 책상에 앉아 있었고 시간이 걸렸지만 공부를 성실히 해나갔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고. 대학 졸업식에서는 좋은 결과를 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이다. 산수 성적표를 들고 왔다. "엄마 나 너무 못했어."


"잘했는데?"


"엄마는 왜, 못했는데 잘했다 그래?
○○ 엄마는 잘했는데도 못했다고 한대."


"엄마는 이거보다 더 못했는데?"


내 대답이었고 사실이었다.

아들이 대학과 은행 일을 병행할 때였다.
열정으로 임했고 성과가 좋았다.
"은행 일은 은행 안에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IT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와이 낫? 물론 찬성했다.

엄마가 생계를 위해서 수고하는데 다시 공부를 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학자금은 스스로 대출을 받아서 감당했다. 일도 하면서 공부를 마쳤다.

엄마 덕분에 마음 편하게 공부를 끝낼 수 있었다고 내 덕으로 돌렸다.
지금은 독립한 개체로 누구보다 자기 일을
즐기며 인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기특하고 고마운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해서
차근차근 제 길을 가고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라는 그늘만으로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의 걸림돌만 되지 않았으면 한다.
노화라는 무게가 여러 모양으로
나를 누를 때가 있다.
깜빡, 하는 횟수가 늘고 아프지 않던 구석들도
탈이 난다.
목요일이면 리테일 샾-55세부터 시니어 할인-에 들린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니어 할인을 적용해 준다. 가격이야 고맙지만 내 얼굴이 늚음의 증명이냐고?

햇살이 좋다.
그럼에도 루이 아침 산책 후엔
다시 침대 행이었다.
노화 자각은 충분하니
늦추기 한걸음부터 나서야겠다.

그렇게 단단히 뿌리내리기 시작한 아이들을 뒤로하고 이제 나는 내 계절을 마주한다

봄기운이 반갑다.

일터에서 집까지 버스로 일곱 구역을 천천히 걸어서 왔다.

꽃망울이 터진 곳도 있고

한껏 기지개켜듯

부푼 망울들이 생기 가득하다.

봄 기운 가득한 일상들

되시기를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