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에게 바람

by Grace k

공기가 아직 차가운 이른 아침,

루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19년 전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올 때부터

늘 그 자리에 계셨던 할머니를 만났다.

매일 아침 새모이를 나누어 주시고,

누군가 대충 던져둔 분리수거함을 묵묵히 정리하시는 동네의 터줏대감.
​할머니가 멈춰 서서 루이를 유심히 살피신다.

"이 아이, 원래 그 아이 맞아요?"
​뽀얗고 댕청한 얼굴로

발랄하게 앞서나가던 그 녀석이 맞느냐는 물음이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신다.

"Oh, you're still moving"
한마디에 루이의 세월이 스친다.

이제 루이의 털은 윤기를 잃고 푸석하다.

탈모가 진행된 등 위로

노견 특유의 느릿한 시간이 흐른다.

집안 계단쯤은 나를 단숨에 추월했었다. 침대를 뜀틀처럼 오르내리던 탄력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침대 밑에서 '웤' 하고 나를 부른다. 올려달라는 신호다.
​나는 루이의 눈을 맞추며 혼잣말을 건넨다.
"루이야, 곧 봄이야. 벚꽃이랑 목련 피는 거 봐야지. 여름엔 공원에 돗자리 펴고 누워

같이 하늘도 보고, 예쁜 가을 단풍도 같이 봐야지. 네가 좋아하던 겨울의 첫눈 위 발자국도 찍어야 하고."
​루이의 시간에 태엽이 달려서

10년 전의 그 때로 되감을 수 있다면.

우리 품에 처음 안겨

온 세상을 궁금해하던

그 10년을

딱 한 번만 더 선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기가 사라진 자리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비록 예전처럼 달릴 수는 없어도,

여전히 걷고 있는 우리집 막둥이

그 시절 뽀송한 루이

오늘, 루이 찾으셨나요



"그래떠요?

맘마 머그까요?"

혀가 반토막 난 소리가

지금의 루이를 봐도 저절로 나온다.

우리에겐 10년 전 우리집으로 오던 뽀송한 루이

털빠짐과 느릿하고 귀도 들리지 않는 지금의 루이

여전한 우리집 아기 천사다.

"루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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