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그 공연

난타?-bird drumming-

by Grace k

오전 7시 30분. 정해진 시간이라는 듯, 어김없이 연통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우리 집의 천연 알람이자,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딱따구리의 방문이다.
​평소라면 5분 남짓한 인사를 남기고 떠나던 녀석인데, 오늘따라 기세가 남다르다. 마치 "그동안은 예고편이었고, 오늘이 진짜 본 공연이야"라고 선언이라도 하듯, 10여 초의 간격을 두고 정교한 드러밍을 이어간다.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15분간 이어진 녀석의 열정적인 타악 연주를 감상하는 음감회에 참석한 기분이다.
​녹음된 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그 웅장한 데시벨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 열 배는 우렁찬 그 소리는, 연통을 쪼는 행위를 넘어 기량을 한껏 뽐내는 소리 예술에 가까웠다.

세상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 본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는 BTS 그 완전체 공연이 막을 내렸을 시간이다. 전 세계가 환호하는 화려한 무대는 멋졌다. 내 집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이 작은 공연 역시 그에 못지않게 유니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요한 아침의 공기를 가르며 이어지는 저들만의 봄맞이 향연.
​덕분에 청중인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떠, 봄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실감한다. 이토록 절실하고 씩씩한 드러밍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미래의 파트너에게 닿기를. 녀석의 간절한 프러포즈가 화창한 봄의 결실로 이어지길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잠은 일찌감치 떠나갔다.
내 일상도 시작이다.

귀를 대고 들어보세요.

3월 22일 오전 7시30분-7.45분까지 이어지다

우리집 지붕위를 올려다 본다.

소리에 어김없이 깨서 밖으로 나가 공연을 직관(?)

내 방에서 들을 때, 데시벨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연통 위에서는 노래하고 지붕 위에서 듣는 청중이 있다. 까마귀가 슬며시 오니 자리를 떴다가 다시 왔다.그들만의 리그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