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공연
못생긴 사람 중에 내가 제일 잘생긴 것 같아~"
가수 케이윌의 노래 가사 중 한 소절이다.
나의 오늘 좌석이 딱 그랬다.
Sec BRC Row 30 Seat 162.
공연장에서 가장 저렴한 좌석 구역이지만,
그중에서는 제일 앞 열이다.
6개월 전부터 예매를 서둘렀다.
일 년에 한두 번쯤은 나 자신에게 좋은 공연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올해 내가 택한 첫 공연은 '레 미제라블'.
공연 당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맑은 날씨가 도왔더라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겠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거친 빗줄기가 '비참한 사람들'의 운명을 보러 가는 길을 더 비장하게 만드는 것 같은 묘한 기분조차 들었다. 빗속을 뚫고 친구를 만나 스카이트레인-상하철-에 발을 내디뎠다. 도착한 공연장은 폭우가 무색할 만큼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에서 팜플릿을 받아 들고 꽉 찬 관객석에 자리 잡자, 예정된 시간에 맞춰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서곡이 울려 퍼지며 막이 올랐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압도된 것은 음악의 완성도였다. '레 미제라블'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뮤지컬인 만큼 곡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모든 곡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완벽한 기승전결을 이뤘고, 무대 아래에서 실시간으로 흐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배우들의 숨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익숙한 멜로디인 'I Dreamed a Dream'이나 'One Day More'가 울려 퍼질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고뇌가 악보 위로 흘렀다.
주인공 장발장과 애절한 판틴, 그리고
감초역들 모두 저마다의 존재감이 빛났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내게 꼽으라면 그것은 자베르 경감의 자살씬이었다. 평생을 '법과 정의'라는 단단한 성벽 안에 갇혀 살던 그가 장발장의 자비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 그 혼란스러운 심리가 무대 연출을 통해 극대화되었다.
높은 다리 위에서 고뇌하던 그가 몸을 던지는 순간, 조명과 무대 장치가 만들어낸 공간감은 마치 그가 깊고 차가운 강물 속으로 영원히 침잠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법의 수호자가 스스로 법을 어긴 자의 손에 구원받았다는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하는 그 장면은, 화려한 기교 없이도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인생, 다 내 뜻대로일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며 들어섰던 길.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씨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감동을 만났다. '레 미제라블'은 그렇게 마음속에 묵직한 감동으로 걸어 들어왔다.
강물이 범람 직전까지 불어났다.
깊은 센강에 몸을 던지던 자베르 경감이
오버랩된다.
며칠을 쉬지 않고 내리던 비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