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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Jul 12. 2024

공허 혹은 허무

공(空)

허(虛)

무(無)

이 세 글자가 역어내는 두 단어 공허와 허무가 사람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한다

이 글자나 단어들을 어문학적으로 풀이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그러나 들풍전생(들은풍월 따라 전원생활)하는 입장에서 읊어보면, 무는 유(有)에 대칭되므로 없는 게 아니다. 공은 구멍(穴)에 기능(工)이 작동하니 이 또한 없는 게 아니다. 빌虛 또한 實과 대치되니 상대적이다. 영어로 empty, vacancy 혹은 none 등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 세 글자의 서열(?)을 논한다면 무> 공>허쯤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없는 듯 하지만(無極) 기실 그 안에는 기능이 작동하니(太極) 이 둘이 없는 상태가 곧 허한 것이라.. 자료를 찾아보니 성리학은 무극과 태극을 동일하게, 도교는 무극에서 태극이 생(生)하였다고 한다. 무극이 태극이라 함은 이미 영이 내재한 상태요 무극에서 태극이 나왔다 함은 영을 외부 유입으로 모는 것이다.

얘기가 길어지고 꼬이는 데 요지는 나이 들어가며 허무하거나 공허해지는 까닭을 살피기 위함 인지라 세 글자 모두 없다는 뜻이니 나이 들면 뭐가 없어지는 걸까 혹은 그걸 왜 감지하는 걸까? 그리고 그러한 부재의 인지는 왜 우리를 쓸쓸하게 하는 걸까?를 알면 좀 덜 허무하거나 공허하지 않지 싶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그건 호기심이다. 나를 포함해서 주변에 동년배들을 보면 도무지 신기하고 궁금한 게 없다. 모든 게 시큰둥하다. 호기심은 열정으로 발현된다. 열정은 생기요 활력이다. 주변에 80, 90을 너머 백수를 바라보는 어른들을 보면 공통점은 딱 한 가지, 궁금증이다. 그리고 그걸 풀어보려고 이러 저런 애를 쓴다.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도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일수록 물어보는 게 많다. 몰라서 갰지만 그만큼 궁금한 거다. 나이 들면 모르는 게 없다? 옛날 얘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은 지식 반감기를 점점 더 짧게 만든다. 어쩌면 궁금해야 할 게 너무 많아져서 포기하고 싶은 건지 모를 일이다. 근에서 집체 구보를 해 본 사람이라면 힘들어도 후미에 라도 좇아가야 지 그 마저 쳐지면 결코 대오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래, 어쨌든 따라가자. 낙오되지는 말자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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