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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Aug 09. 2024

운동이 노동될 때

은퇴자의 삶

입추가 지나선 지 아침저녁이면 가을바람이 잡힌다.

오늘 새벽이슬 내린 마당을 걷다가 지난여름 잔디밭을 까느라 사서 쌓아 둔 마사토 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 옆 마당 한편을 주차를 할 요량으로 비워 둔 공간에 쓰다가 남겨 둔 마사 때문에 주차가 여의치 않다. 

해서 삽과 외발 수레를 챙겨 마사토를 담벼락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한 번에 채 열 삽이나 퍼 담았을까? 약간의 비탈 언덕을 오르기가 버겁다. 

문득 오래전에 읽은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티니, 2016)’라는 책 제목이 떠 오르며 

운동이 노동으로 변했음을 깨닫는다. 

처음엔 운동삼아 해뜨기 전에 옮겨야지 한 작업이 네댓 번을 하고 나니 힘에 부친다. 

그리곤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두고 떠날 채비를 하는 의사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는 건 뭔 일?

오늘은 이만 하자 싶어 삽과 수레를 세워 둔 채 마당 한 복판 포도나무 덩굴에서 포도 몇 알, 텃밭에서 방울토마토 몇 개, 테라스 화분에서 바즐 잎사귀 몇 장을 챙겨 실내로 들어선다. 이렇게 쓰면 또 웬지 은퇴후 전원 생활이 훨 그럴듯하게 비친다. 폐북이나 인스타나 손바닥 반만한 앵글을 어디에 비추냐에 따라 아니 그 이면에 어떤 그림이 더 있느냐를 고려하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다^^

은퇴하면 이걸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요렇게 살아야지 했는 데 문제는 나이를 따라오는 체력이다. 개인 차가 있겠으나 은퇴 전에 고려하는 은퇴 후 칠순, 팔순의 계획에는 체력이라는 변수를 지나치게 후하게 메기는 경향이 있다. (내 경우가 그렇단 얘기다) 올해 칠순이다. 본래 계획은 팔순 까지는 텃밭과 해외여행을 잡았는 데 몇 년은 앞당겨야지 싶다. 

그러고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우선은 이 달 말까지 탈고하기로 한 책을 마쳐야겠다 싶어 노트북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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