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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Oct 29. 2022

나아지는 삶

난 오늘도 내일을 본다

95세의 첼로 거장 파블로 카잘스에게 기자가 묻는다.

“선생님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인데 아직도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왜냐하면 내 연주 실력이 아직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으니까요.”


해마다 설이면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은사님이 계시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몇 해전 선생님 댁에 갔다가 화장실 안쪽 벽면 앉은자리 시선이 닿는 곳에 영어 단어 몇 개가 적혀 있는 메모를 보고 여쭌 적이 있다. 

“선생님 지금도 영어 공부하세요?

“글쎄 모르는 단어들이 자꾸만 나오네 그려…” 팔순을 넘기신 분의 대답이다.


은퇴 후에 드는 이런저런 생각 가운데 가장 힘든 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다. 

학교 졸업 후 평생을 출근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집에만 있다 보니 팽이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튕겨져 나온 기분이다. 고무줄놀이하는 아이들처럼 늘 그 안에 끼어들어 함께 폴짝폴짝 뛰어 보고 싶다는 소망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버스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심정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파블로 카잘스의 일화를 접하고 생각은 중학 시절의 영어 선생님에게로 옮아 간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본다

‘백 년을 살아보니’를 쓴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절정은 65세에서 75세였다고 회고한다.


호서대학을 설립한 강석규 박사는 65세에 정년 퇴임하고 95세까지 30년을 허송으로 보낸 시간을 뼈저리게 반성한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10년의 계획을 세우고 매진한다. 강박사는 어학 공부를 하다가 103세에 영면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양자 역학에 관한 공로인 데 내 관심을 끄는 건 잘 모르는 연구 업적보다는 3인의 공동 수상자 나이다. 

세 사람의 평균 연령이 78세다


정신이 번쩍 드는 아침이다.

아! 내가 어느새 고인 물이 되어 가는구나.

고인 물은 썩는다. 

물고를 트고 물이 흐르게 하자.

요즘 누가 회고 논문집을 쓴단 말인가 하는 핑계로 미뤄 뒀던 파일을 열어 본다.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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