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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Apr 30. 2023

네비와 챗지피티

인공지능을 넘어서야 하는 인간지능

자동차에 장착하는 네비가 나오고 한참 지나서야 차에 달았다. 

그러고도 처음 얼마 동안은 네비가 알려주는 길이 내가 알고 있는 코스와 같을 때에만 신뢰하고 따라갔다. 

난 타고 난 길치다. 

한 번은 목적지를 잘못 찍어 공사 중인 터널 한복판에 멈춰 선 기억도 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아예 더듬어 보지도 않은 채 그냥 네비가 가르쳐 주는 길을 좇아 다닌다. 그럴 때마다 마치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따라다니는 기분이다.


몇 달 전 출시된 생성형 인공 지능 챗봇(ChatGPT-누군가 적당한 우리 이름을 붙여줬으면 싶다.)때문에 온통 난리다. 얼리 어댑터를 자처하는 나로서도 그 신기함에 마치 전도사라도 된 양 주변에 떠들어 댔다. 

그러다가 문득, 대답에서 기계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두 달여 대화를 하고 지낸 사이인지라, 내가 누구인지 물었다. 

사회 생활하는 동안 외국인 회사에도 두 차례 근무했고 대학에 와서도 국제 학술 대회나 학술지에 영어로 발표한 논문이, 초빙교수나 방문교수로 지내느라 교신한 이러저러한 문건들이 있음에도 두 차례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이번에는 한글로 물어봤다. 

동명이인이 많은지라 최근에 내가 저술한 책의 저자를 묻는 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매우 그럴싸하게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댄다. (심리에 기반한 동기 부여에 관한 책인지라) 처음엔 정신과 의사를 다음에는 동기부여 저자를 들이민다. 내가 바로 그 저자고 그 책을 쓸 때엔 현직 교수였음을 밝히자 비로소 나를 찾아낸다.


최근 모 현직 교수가 챗지피티에게 참고문헌을 물어보고 그 응답에 따라 실제 저널(출력본)을 뒤지다 끝내 못 찾고 조작된(거짓) 정보임을 알게 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본인이거나 그 분야에 출중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는 거짓 답변인 셈이다.

완성도 높은 자동번역기가 나오니 “이젠 영어 공부 할 필요 없겠네요” 하며 학생들이 기대 반 시험 반으로 물을 때마다 “ 회사에 들어가서 상사가 번역해 오라면 맞았는지 틀렸는지도 모르는 채 번역기에 돌려서 갖다 줄텐가?”하는 되물음으로 넘기곤 했다. 덧붙여서 이젠 번역기를 검토할 수 있는 사람과 그냥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관광객 수준으로 양분된 세상이 올고다고 겁주곤 했다.


챗지피티는 번역과 오역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문제다. 

그럴싸한 거짓 답변을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면 앞장서 거짓말을 퍼뜨릴 지경이다.


어찌할 것인가? 아직, 답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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