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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Jun 26. 2023

各者老生

은퇴 후의 각자도생

‘(당신은) 어떻게 늙고 있나? “

아래위로 훑어보는 눈빛에 물음이 묻어난다.

은퇴하고 자주 접하는 이들은 대개가 60대 혹은 70대고 이따금 80대가 섞여 있다.

50대는 드물고 40대 이하로는 자식이나 가물에 콩 나듯 찾아오는 제자들 뿐이다.

고령화 사회 인구로 분류되는 이 나이를 먹도록 한번 도 이런 세상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사방이 온통 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뿐이다. 

저들도 나처럼 어느 날 갑자기 고령사회에 던져졌으니 어려서, 젊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황에 처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니 낯선 동년배를 만나면 두리번거린다. 유튜브를 서성거린다. 책을 뒤적인다. 밴드에도 들어가 보고 단톡방도 들락거린다. 

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하나같이 노후에는 건강이 중요하다. 돈이 있어야 한다.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취미 생활을 해야 한다... 모두가 ’ 장총은 길다 ‘는 식의 뻔한 얘기뿐이다.

건강이 중요한 줄 누가 모르나, 경제적 자립이나 인간관계, 적절한 소일거리, 모두가 필요하다.

그런데 허전하다. 때로 노엽고 서럽고 심심함에 쓸쓸하고 외롭다.      

마치 대학 신입생이 갖는 당혹스러움이라고나 해야 할까?

고3 때까지 꽉 짜인 시간표대로 빡세게 돌아가다가 수업 과목이나 시간 선택에서부터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스로 정해야 하는 세부 전공에 이르기까지, 얼핏 자유로운 듯하지만 그래서 더욱 힘겨워하던 새내기들이 떠 오른다. 

그래도 너희들은 낮다.

좋은 싫든 앞서간 선배들이 있고 무엇보다 어떤 시행착오도 견뎌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 곧, 젊음이 있지 않은가?     

노년은 다르다. 노후의 삶은 그렇질 못하다. 누구도 살아 본 적이 없는 고령화 사회를 맨 앞에서 살아내야 하는 베이비붐 세대로서는 주저된다. 이 머뭇거림은 단지 나이 들어 소심해져서만은 아니다. 눈 떠보니 언어도, 문화도, 기후조차도 생소한 낯선 나라로 준비 없이 원치 않는 이민을 온 기분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현실이며 그것도 잘 살아내야 한다는 부담이다. 그래야 베이비부머에 뒤이어 초고령사회에 들어 설 X, MZ, 알파 세대들에게 다소나마 참고가 되질 않겠는가?

하여 시니어의 각자도생은 각자노생이다. 각개전투요 시행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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