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다가 죽다 Jun 28. 2023

나이 듦의 스킬

넓어지는 중용 공간



마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다가 생각이 곁으로 빠진다, 그러던 차에 벨 소리가 들린다

조세프 맹겔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포로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의사다. 그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거의 모든 가족을 잃고 끝까지 살아남아 후에 ‘의미 요법(logo therapy)’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의사 빅터 프랭클은 전쟁이 끝나자 맹겔레를 찾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외교관으로부터 그가 전후 소련의 포로로 잡혀가 방광암으로 마흔 살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죽기 전에 그는 프랭클 박사님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었죠. 그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차원에 도달해 생을 마쳤습니다. (의학, 인문학으로 치유하다: 예병일)

뒤에는 관동군 731부대 곧 마루타 실험으로 유명한 수용소장 이시이 시로가 전후 전범재판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생체 실험 결과를 미군에 넘기고 편안하게 여생을 마쳤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 오른다. 그리고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인사들에게 고문을 자행한 이근안에 까지 생각이 춤을 춘다.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으로 선과 악의 경계를 희석시키지만 아우슈비츠에서 731 수용소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스러져 간 원혼들 그리고 살아남은 그들 가족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야기가 너무 멀리까지 간 듯싶다. 그 까닭을 되짚으니 앞서의 벨소리다. 이따금 들르는 이단(기성 종교는 저들을 그렇게 구분하지만 내 보기엔 오히려 저들의 삶이 더 신실해 보인다)의 방문 때문이다. 자기들이 믿는 하나님을 내게 권유하고자 대화 도중 불편하지 않게 끼어들곤 한다. 크게 보면 한 하나님 자녀니 편하게 지내자는 얼버무림의 내 얘기 끝에 다시 돌아와  책을 펼친 까닭이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각자노생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며 어디까지가 선이고 어디서부터가 악인가? 누구의 편(시각)에서? 

좋은 게 좋은 거다. 서로 좋게 좋게 지내자.

작가의 이전글 各者老生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