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다가 죽다 Aug 24. 2023

전체주의 유령

시니어 해부학 8

  한 때 특정 상표의 검은색 롱 패딩이 겨울철 온 도시를 새까맣게 뒤덮은 적이 있다. 

중고등학생이라면 마치 예전에 교복이 그랬듯이 똑같이들 입고 다녔다. 

어깻죽지에 브랜드를 알리는 로고만 없었다면 영락없이 겨울 교복 위에 걸쳐 입는 외투지 싶다.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 손녀에게 생일 선물로 무얼 받고 싶으냐 물으니 C로 시작하는 브랜드의 운동화를 사 달랜다. 해서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이미 또래 아이들에게는 학교 체육 시간에 싣는 신발만큼이나 안 신고 다니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다.

 전철 안이나 길거리를 걷다가 젊은이들의 옷차림을 살피면 얼핏 개성이 넘치는 듯싶지만 너무도 비슷하다. 유행이라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획일적이다.


지난번 글에서 젊은 세대들의 정체성을 향한 독립선언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작금의 팬덤이나 덕질 같은 현상을 지켜보면 앞서의 패션같이 과연 이 세대가 아우성치는 만큼 남과 다르고 싶어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물론 이러한 집단화를 개딸이니 이대남 혹은 수박과 같은 쏠림 현상과 동일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배후에는 편 가르기라는 흉계(divide and rule)가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이 전혀 무관할까?

구별은 배제를, 배제는 차별을, 차별은 억압을 불러온다는 어느 철학자의 글이 떠오른다.

왕조 시대의 DNA건, 산업 사회의 후유증이건 획일주의를 살아온 세대로서 백인백색을 뽐내는 저들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하나, 한 발자국만 더 들어가 보면 이내 드러나는 패거리주의는 아직 진화하지 못한 집단주의의 잔재일까 아니면 파시스트의 악습을 구태의연하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꼰대 권력의 작태일까?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는 날이다. 

머잖아 동해로 표기된 바다로 둘러싸인 독도는 출렁이는 오염수로 파도를 맞겠지? 

절명시 한 수(難作人間 識字人)를 뒤로한 채 떠나 간 매천이 떠오르는 밤,........ 생각이 많다.

작가의 이전글 근자감과 시대정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