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복부 초음파 검사(Pelvic Ultra Sound)
산부인과를 간다면 초음파실은 그러게 멀리 떨어져 있진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하지만 여긴 한국이 아닌,
캐나다. (Oh, Canada~)
복부 초음파를 보기 위해서는 초음파만을 전문적으로 보는 초음파 클리닉을 직접 찾아서
전화로 예약 후 찾아가야 한다. Covid-19전에는 방문예약도 되지만 이 때는 전화 예약만 가능했다.
나팔관 조영술은 생리 첫째 날 전화로 예약해서 바로 날짜를 받을 수 있었지만, 복부초음파는 예약이 밀려 있다면서 나에게 한 달 반 뒤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이때가 9월 중순, 예약일은 11월 10일.
‘하. 하. 하.’
난 매우 즐겁다.
기다리는 것이.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전화 예약해둘걸.....)
내가 예약한 Brooke Radiology Kimgsway는 메트로타운에 위치해 있는데
오후에 잠시 반차 내고 다녀오면 될 것 같아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여기서 서비스 가능한 것들>
* X-Ray
* Ultrasound
* Breast Imaging
* Screening Mammography
* Bone Mineral Density
여러 가지를 찍을 수 있지만 복부 초음파는 반드시 이동거리가 멀지 않은,
출발점과 가까운 곳으로 정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의 초음파 기술과 측정 기기들은 세계 최고이다.
하지만 여긴 한국이 아닌, [캐나다].
초음파를 찍기 위해서는 최소 1~2시간 전부터 물을 2L 이상 마시고 와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게 용변 아닐까?
이성과 본능이 싸우는 그 전쟁터 낭떠러지 어딘가에... 간신히 동아줄을 잡고 버티는 기분을 알까?’
처음 캐나다에서 복부초음파를 찍으러 갔을 때, 3년 전 일이다.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클리닉이었는데 그때 당시 물먹고 오라는 리셉션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물.. 뭐 적당히만 마시면 되겠지.. 살짝 소변이 마려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도착 후, 아직 물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약 40분은 더 물을 마셨어야 했다.
아니, 마시라면 마시겠는데...
내가 정말 응급 상황이라도 나를 먼저 들여보내 주고 이런 융통성이 조금도 없다 보니,
참는 것도... 기다림도... 오롯이 ‘내 몫’이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식은땀은 떨어지고 발은 동동동 거리고 있는데, 그와는 반대로 너무나 느긋한
(환자도 나 포함 3명 정도) 의료진들을 보니 정말 그러면 안 되겠지만 한 대 쳐주고 싶은 욕구가 샘솟고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몇 번의 위기사항을 넘기고, 오줌보 터지기 일보 직전, 내 이름을 불러서 들어갔다.
방광이 꽉 찬 상태로 누워 본 적 있는가?
누워만 있음 다행이다.
초음파 찍기 위해 배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대는데 정말...
‘산 공포’가 따로 없었다.
모든 검사가 끝난 후 화장실을 가기 위해 달팽이보다 더 느리게 걸어서 겨우 도착한 그곳.
왜 화장실은 꼭 하나이고, 꼭 급할 때 안에 사람은 있는 건지...
도통 열리지 않는 그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 정신이 혼미 해졌다.
‘안돼,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안 돼..! 방광아 조금만 더 견디어줘..’
한참을 기다린 뒤, 미안했지만 나도 한참 뒤에나 나올 수밖에 없었고,
내 다음인 어느 할머니의 눈욕을 받아야 했다.
이런 끔찍한 경험을 겪고 나니 밖에 나가서 화장실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증상이 생길 정도였다.
이번에도 그런 공포를 느낄 수 없기에 아예 한 1시간 전에 클리닉에 일찍 도착해서 물을 왕창 마시기로 했다. 도착 전에도 1리터를 마시고 온터라 접수하니 리셉션 언니가
물을 많이 마시고 왔냐고 물어보기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물이 새어 나오는 느낌이 있냐고 물어보기에 난 아니..라고 하자, 웃으면서 그런 느낌이 나면 알려달라고 했다.
인고의 시간. 난 그동안 물 1리터를 더 마셨다. 그래도 나의 워터링은 느껴지지 않았다.
‘긴장해서 그러나...’
예약한 시간이 되어 일단은 확인해 보자며 나를 검사실로 안내해주었다.
‘처음 갔던 곳과는 다르게 여긴 너무 친절한데...??’
검사를 해주는 젊은 선생님은 내 복부를 여기저기 확인하셨지만 역시나 나의 물은 부족했다.
‘아, 더 마셔야겠구나...’ 하던 찰나에,
“너 인트라 울트라 사운드 할래? 해본 적 있니?”라고 묻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항상 그걸로 했었다고 하자,
그럼 그걸로 하자며 소변을 비우고 다시 오라고 했다.
다행이다… 아니, 캐나다는 다 복부초음파 할 때 인트라는 없다고 들었는데,
한국처럼 안으로 넣을 수 있는 기기가 있었다니… 클리닉마다 기기들의 성능이 다 다른 거 같다.
젊은 선생님은 나한테 천을 두 개 주면서 하나는 밑에다가 깔고, 하나는 이불처럼 덮으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이 기기를 직접 내 안으로 넣을 수 없으니 다리 밑으로 기기를 내가 직접 건네받아서
넣고 길게 나와있는 손잡이를 선생님이 잡고 돌리시면서 체크를 해주었다.
한국에서는 간호사 또는 의사가 직접 넣어서 필요한 부분을 돌려가면서 체크를 해주었다.
캐나다는 프라이빗한 것을 매우 강조해서 그런지, 불쾌할 수도 있는 부분을 환자가 직접 하게 만들다니...
이러한 방법은 놀라우면서도 의사와 환자가 서로 윈윈 하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포일 줄 알았던 복부 초음파를 매우 다행스럽게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결과는 당연히 패닥이나 스페셜 닥터에게 들으라고 했다.
이 길의 끝판왕. 스페셜 닥터와의 만남이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길고 긴 숙제가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더 힘 내보자 생각이 들었다.
다음.
[Special Doctor와의 첫 만남]
“왜냐고요? 너님이 나를 먼저 보고 싶다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