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오(5毛) 짜리 아이스크림의 행복

by 초록 향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니

‘아이스크림의 계절’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38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잠시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가 ,

너무 더워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처음 왔을 적에는

집 근처에 ‘小卖部’(시아오마 이쁘우)라고 빨간 글씨로 쓰인 구멍가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도시에서는 그런 가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다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동네 구멍가게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이제는 편의점이 생활 속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그럴 때면

세상이 정말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그 시절의 구멍가게 주인은 동네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방을 구하지 못할 때에는 구멍가게에 가서 어느 집이 세를 놓는지도 물어보면

주인에게 연락을 해주기도 했었던 시절이었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왜 그렇게 옛날 얘기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입에서도

“예전에는 말이야…”

그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어릴 적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30대까지만 해도

“무엇을 하고 싶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계획하고,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 가족 이야기,

그리고 건강 이야기들 뿐이다.


편의점에 들어가 냉동고를 들여다보았다.

그중 한국인들이 즐겨 먹었던

낯익은 뤼떠우빙(绿豆冰, 녹두 하드)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하드’라고 불렀던 아이스크림이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이 녹두 아이스크림 하나에 0.7위안

(당시 중국 돈 1원은 10 마오이다. 7 마오는 즉 0.7원이라 당시 환율로 한화 70원 정도였다.)

5개 사면 6 마오, 10개 사면 5 마오,

많이 사면 살수록 싸지는,

그 신기한 중국인의 상술.


그런데 오늘 편의점에서 이 녹두 하드를 하나 사 먹었으려고 보니

가격이 5위안이었다.

예전엔 5 마오 하던 걸 5위안 주고 사 먹고 있으니,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그 녹두 하드를 한입 깨무는 순간,

문득 어린 시절 딸아이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된다.

그때 딸아이에게 하루에 아이스크림 한 개만 먹게 했었다.

사실 냉동실에는 싸게 사놓은 각종류 별 하드인 아이스크림이 꽤 많이 있었다.


어느 날,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으면 안 돼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문득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아이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는 자유마저

뺏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그래, 오늘은 하나만 더 먹어.”

하고 흔쾌하게 말하자,

딸아이는 너무 기뻐하면서 말했다.

“엄마, 감사합니다.

엄마, 아이스크림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妈妈,谢谢你. (마마, 씨에씨에 니)”


중국어로도 고맙다는 말을 듣는 순간,

‘5 마오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게 해 준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좋아하다니…’

하는 생각에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그 소박한 아이스크림 하나가 그 여름에는

딸아이에게는 정말 행복이었구나 싶었다.


요즘은 이미 커 버린 딸에게

그런 행복은 더 이상 느끼게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괜히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작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두고

행복을 느끼고, 감사를 말하던

그 시절의 어린 딸.

그 시절의 순수함과,

그 시절의 작디작은 행복의 순간들이

오늘따라 유독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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