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의 첫 캠핑, 몽산포의 바닷바람과 조개
요즘 아라뱃길을 지나다 보면,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선 캠핑카들을 자주 본다.
캠핑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고,
캠핑카가 아니더라도 텐트를 들고 자연을 찾거나 차박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퇴직 후에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텐트를 하나 장만했다.
요즘 텐트는 전실이 있어 거실처럼 테이블을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막상 텐트를 사고 나니 준비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텐트만 있고 캠핑 용품이 없으니 당장 떠나지는 못했지만,
거실에 놓인 텐트 박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그렇게 어디로 첫 캠핑을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아들이 말했다.
“어머니, 무의도에 있는 실미도 한번 가보는 건 어때요?”
“그래, 집에서 가까우면 좋지. 혹시 여의치 않으면 밤에 텐트 걷고 돌아오면 되니까.”
처음 텐트를 들고 집을 떠난다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걱정도 앞섰다.
예민한 내가 혹시 잠을 못 자면 어쩌나, 벌레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아들이 하루 휴가를 내고 먼저 가서 텐트를 쳐놓을 테니 천천히 오라고 했다.
간단히 고기와 먹을 것들을 챙겨 실미도로 향했다.
실미도 캠핑장은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곳이었고,
무엇보다도 집에서 가까워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음식을 준비해서 도착해 보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조금 높은 자리에
이미 텐트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들이 너무 듬직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모기들이 여기저기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어두워질 때 모기가 가장 활발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다행히 근처 마트에서 쉽게 모기향을 살 수 있었다.
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데, 바다 위로 퍼지는 저녁노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날 밤은 마침 간조 시간과 맞물려
우리는 무의도에서 실미도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아 손전등 불빛도 여기저기서 비치고 있어서
밤길인데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본 장면처럼 게도, 소라도 잡지는 못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그 길은 그보다 더 좋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든 그 밤은 생각보다 편안하고 잔잔했다.
이른 새벽의 바다는 너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 첫 캠핑이 너무 좋았기에,
우리는 추석 연휴엔 아예 멀리 가보기로 했다.
태안의 한 캠핑장을 이틀 예약했고, 전보다 준비도 훨씬 더 철저히 했고,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도착해서 텐트를 치는데 너무 더웠다.
도저히 그 텐트 안에서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행히 전기가 제공되는 캠핑장이었기에
근처 전자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선풍기 아직 구매할 수 있나요?”
“네, 있습니다. 올해는 늦더위가 심해서 찾는 분들이 많아요.”
서둘러 선풍기를 사러 갔고,
그 덕분에 그날 밤은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몽산포 갯벌로 향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아이 손을 잡고 조개를 캐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조심스럽게 작은 조개들을 몇 개 캤다.
그러다 ‘딱’ 긁히는 느낌과 함께 커다란 백합조개 하나가 손에 들어왔다.
마치 다이아몬드를 건진 듯한 기쁨이었다.
몽산포 앞바다는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중국어도 제법 들리고, 가족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활기찼다.
그런데 문득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매일 많은 사람들이 조개를 캐면, 이 바다는 정말 괜찮을까?’
아니나 다를까, 몽산포 갯벌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간 ‘생태 휴식제’가 시행되었었다고 한다. 그만큼 바다 생태계가 이미 채취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한 남자분이 조개를 캐고 있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건 새끼 조개예요. 다시 묻어주세요. 이런 큰 조개를 캐야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캔 큰 조개 몇 개를 나누어 주셨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작은 조개들은 모두 다시 모래에 묻었다.
조금 뒤, 옆에 있던 젊은 커플이 방금 나처럼 작은 조개를 캐고 있길래
내가 다가가 말했다.
“그건 새끼 조개래요. 이렇게 큰 걸 캐야 한대요. 저도 방금 배웠어요.”
그리고 내가 캔 조개 몇 개를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커플은 연신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물이 빠진 저녁 바닷가를 걷는 건 정말 시원하고 자유롭다.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갯벌.
그 속에서 건져 올린 왕조개 하나.
그날의 기쁨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올해도 그 기쁨을 맛보러 다시 바다로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