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백합, 그리고 우리들의 밤

- 저녁 바다에서

by 초록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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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기에 낮에는 정말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다.

마침 저녁나절 간조 시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갔다가,

물이 빠진 그 넓은 바닷가에서 드디어 백합조개가 숨어 있는 ‘포인트’를 찾아냈다.


처음 갔을 때는 빈 호미질만 하다가

“그냥 바닷바람 쏘였구나” 하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돌아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그날도 사실 아무 기대 없이 갔던 건데

처음으로 백합이 손끝에 와닿았고,

그 후로 목, 금, 토 3일 연속,

밤마다 백합을 캐러 바다에 나갔다.


너무 신기하고, 너무 재밌고,

갯벌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느낌이

내 안의 오래된 감각을 다시 깨우는 것 같았다.


그 얘기를 어느 날 아는 동생에게 했더니,

“언니, 너무 가고 싶어요.

언니, 날짜 좀 맞춰 같이 가주세요.”라고 했다.


다시 바다타임에서 간조 시간을 확인하고

다음 주 금요일 저녁,

그 동생과 그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바다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거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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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조까지

딱 두 시간만 열심히 조개를 캐면 된다.


어두워지고 간조시간이 되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경찰서에서 드론을 띄워 나가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호미질을 하다 보면 사각사각,

호미 끝에 백합이 닿는 소리가 들린다.

열심히 파다 보면 예쁜 무늬의 백합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 가지 무늬도 더 된다고 하여

‘백합’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가끔 큰 왕건이가 하나 나올 때면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기도 한다.



더운 여름 저녁,

노을이 물든 바닷가와

조개를 찾으려 땅을 파는 우리들의 호미 소리.


그러다 잠시 아픈 허리를 펴고,

보온병에 담아 간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우리의 최고의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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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조개 한 개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 시간은,

올여름 우리가 함께 만든

가장 반짝이는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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