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말판 윷놀이

놀다

by 피아노

설날이다. 갑자기 윷판이 벌어진다. 미술교사인 형부가 말판을 그린다. 그런데 말판 모양이 낯설다. 다들 아우성이다. 익숙한 네모 말판이 아니고 동그란 모양이다. 이건 뭐지. 다시 그리라고 했지만 그냥 넘어간다. 동그랗게 그린 말판에 점이 하나씩 모자라다. 내가 이상하다고 하니 형부는 점을 하나씩 추가해서 찍는다.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동그란 모양도 익숙하지 않은데 간격까지 안 맞으니 좀 거슬린다. 두 명씩 세 팀으로 나눈다. 우리는 대략 앉아서 하려는데 아버지가 순서를 맞춰서 한 팀에 한 명씩 지그재그로 앉으라 하신다. 약간 화가 나 있는 말투다.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아버지다. 우리는 그냥 하자고 하지만 안된다고 하신다. 자리를 바꿔 순서대로 앉는다. 말판에 말은 오십 원, 백 원, 오백 원 동전으로 한다. 누군가 이십 센티미터 이상 높이 던지라고도 한다. 말을 옮길 때마다 백 원 팀인 아버지는 뭐가 당신 말인지 헷갈려하신다. 느리시다. 윷을 던지고 말을 놓을 때마다 온 가족의 웃음보가 터진다. 어찌어찌 한 게임이 끝나니 말이 헷갈리신다며 아버지는 과자 짱구와 어머니 알약을 가지고 오신다. 말이 바뀌었다. 이제 말은 동전에서 과자 짱구와 어머니 알약과 동전 이렇게 세 종류가 되었다. 너무 웃기다. 이제 말이 헷갈릴 일이 없다. 큰 언니가 윷을 던지지 않고 슬쩍 굴린다. 풉. 다들 이건 무효라고 한다. 만원씩 걸고 하는 윷놀이에 목숨 건다. 조카가 윷놀이를 영상에 담는다. 짱구와 알약 부분을 클로우즈 업한다. 거의 탈출위치에 있는 말을 잡는 게 묘미다. 온 가족이 윷판에 집중하며 박장대소한 설날이다. 네모난 말판에 익숙한 뇌가 동그말 말판을 보고 당황했지만 신선했던 우리의 설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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