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비결은 무엇일까.

가다

by 피아노

나는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공무원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중학교 행정실이다. 교육활동이 원만하게 잘 돌아갈 때는 존재감이 없다가 뭔가 작동이 안 되면 찾게 되는 사무실이기 때문에 올해도 우리들은 물 밑에서 발을 열심히 휘젓겠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교사들은 학기 중 힘들게 근무를 하고 방학이 되면 사라진다. 모두가 사라진 빈 학교에서 우리는 학기 중에 할 수 없는 대규모 공사를 하기도 한다. 작년 겨울방학에는 석면으로 되어 있는 천정을 무석면으로 교체하고, 형광등을 LED등으로 설치하는 힘겨운 공사를 마쳤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학교 도서실을 뜯어고쳐 탈바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개교한 지 30년 정도 지난 이 학교의 도서실은 우중충하고 낡았다. 너무 많은 책들이 꽉 차 있고 산만하다. 요즈음 학교 밖의 그 아름다운 시립도서관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떨어져있다. 이 낡은 도서실의 새로고침을 위하여 예산을 받았고, 설계를 맡겼고, TF 팀을 만들어 몇몇 교직원과 학생들이 모여 수차례 회의도 했다. 책만 읽는 곳이 아닌 사유와 소통을 위해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컨셉을 잡고 설계사의 몇 가지 초안 중에 선택된 안으로 TF팀의 의견을 받아 수정을 거듭한 끝에 결정된 최종안으로 도서실 공사를 진행했고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다. 설계를 확정하고 과연 3D로 구현된 바뀔 도서관의 모습대로 나타내질까 궁금했다. 먼지로 뒤덮인 공사판에서 몇 명의 작업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도서관은 점점 새로고침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보인다. 바닥과 벽면의 기초 윤곽이 드러나고 화이트 우드 톤의 제작가구가 들어와 하얀 벽면을 채운다. 복도 쪽 벽면은 개방감을 위해 전면 유리로 설치해 도서관이 보인다. 이제 조명의 차례다. 작년에 천정 조명은 설치를 했기 때문에 간접조명만으로 분위기를 내야 해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서가에 라인조명이 들어가고 창가에 앙증맞은 줄로 늘어뜨린 조명이 켜지고 입구 게이트서가의 천정은 주백색 원형조명이 듬성듬성 별처럼 박힌다. 가구들만 채워지면 새로운 도서관이 완성된다.


놀랍다. 인간은 집도 짓고 기상천외한 건물도 만들고 예술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길을 가다 보게 되는 건설현장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고 가끔 건물들이 뚝딱 완성되는 걸 보면서 어디까지 기계가 하고 어디까지 인간이 하는 걸까 생각해 보긴 했다. 인간이 조작하는 기계이니 마술처럼 세워지는 건축물은 놀랍기만 하다. 학교재정에 관한 일을 하면서 진행했던 공사 중 내부공간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된 것은 도서실 공사가 처음이다.


한 공간을 바꾸기 위한 진행과정에는 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부터, 기획자, TF팀원들, 재정팀, 설계자, 시공팀, 가구제작자, 전기, 소방, 통신 등 다수의 사람들이 관여한다. 작년 봄에 예산 확정이 되어 그간의 전 과정에 참여해 온 나로서는 이 작은 공간 변화의 여정이 놀랍기만 하다.


학교 근처에 네이버도서관으로 시작해서 코로나기간 동안 개방을 하지 않았다가 다시 일반인들이 이용하게 된 네이버 커넥트 라운지가 있다. 늘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최근에 다녀왔다. 하, 이곳은 도서관과 또 다른 분위기다.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천장이 아주 높다. 심플하고 공간에 여유가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무엇인가에 몰두해 있다. 서가에는 심혈을 기울인듯한 네이버서재의 양질의 도서들이 놓여 있다. 책을 갖고 오지 않아도 내가 다 너무 읽고 싶은 책들, 또는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 놓여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이 공간은 마음이 안정되고 집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비결이 뭘까. 선정된 책들이 에너지를 내뿜는 걸까. 내부공간의 세련된 디자인 때문일까. 집중하는 사람들의 두뇌에서 나오는 기운일까.

일반적인 도서관보다 살짝 열린 공간의 느낌이다. 도서관 마니아인 나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찾았다.


새로 단장한 학교 도서실에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를 추천해야겠다. 네이버커넥트 라운지에서 내가 받은 느낌을 중학생들도 이 도서실에서 가져보길 기대한다.


이제 공간이용자들이 들어오면 완성되는 도서관의 봄이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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