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은 잘 뛰고 있는가

생각하다

by 피아노

숨을 크게 들이쉰다.

잠시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내쉰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번 숨을 쉰다. 하지만 그 숨을 ‘느껴본’ 적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의식은 대부분 밖으로 향해 있다. 해야 할 일, 사람들의 시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 정작 나를 살리고 있는 숨은 늘 배경음처럼 흘러간다.


나는 강원도에서 명상을 처음 깊이 경험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던 즈음, 새로 생긴 숙소들이 많았고 정선의 한 조용한 숙소에서 웰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산골의 맑은 공기, 고요한 아침, 천천히 흐르는 시간.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안’으로 의식의 방향을 돌려 보았다. 그 시작은 단순했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


그 후로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을 읽고, 우리가 위험을 감지하거나 불안할 때는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편안한 상태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 편도체를 안정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명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제 유튜브에서 김주환 교수님의 <호흡>에 대한 라이브 방송을 보고 또 깊이 빠져 듣게 되었다.


폐에서 산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운반된다. 모세혈관 끝, 조직 말단에서 산소는 세포로 전달되고, 미토콘드리아는 그 산소를 사용해 에너지를 만든다. 생명의 불꽃은 그렇게 유지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혈액을 통해 온몸의 끝까지 가서 산소를 헤모글로빈으로부터 ‘떨어지게 ’ 하는 것이 이산화탄소다.

조직 주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적절해야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떨어뜨린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면, 산소는 혈액 속에 충분히 있어도 세포에 전달되지 않는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정상인데도 우리는 피곤하고 불안하고 집중이 어렵다.

문제는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부족일 수 있다. 그래서 가쁜 호흡보다 호흡을 가둬놓는 느린 호흡으로 이산화탄소내성을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


무지한 나로서는 호흡이라는 것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일 정도만 알고 있다가, 산소가 폐에 들어가 심장으로 옮겨지고 심장박동으로 온몸에 운반된 후, 산소가 빠진 혈액이 다시 폐로 돌아와 들이마시는 숨으로 산소와 다시 결합되어 생명이 움직인다는 <호흡>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니 놀랍기만 하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순환의 무한반복이다. 심장의 일이다.


그렇다면 내 심장은 잘 뛰고 있는 건가. 내 심장은 나인가 내가 아닌가.


현대인은 대부분 얕고 빠른 흉식 호흡을 한다. 스트레스 속에서 가슴만 들썩이며 숨을 쉰다. 무의식적으로 과호흡을 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는 과도하게 배출되고, 혈관은 수축한다. 뇌로 가는 혈류도 줄어든다.

산소는 충분한데, 세포는 굶는다. 에너지원이 부족하다.

그리고, 뇌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 피로, 불안,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난다. 우리는 외부 사건에서 불안의 원인을 찾지만, 어쩌면 그 시작은 내 호흡일지도 모른다.

얕은 숨은 코르티솔을 높이고 깊은 잠을 방해한다. 그렇게 몸은 늘 긴장 상태에 머문다.


나는 명상 중에 처음으로 내 숨소리를 들었다. 코를 통과하는 공기의 온도, 배가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감각.

코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공기를 정화하고, 가습 하고, 산화질소를 만들어 혈관을 확장시킨다. 반면 입으로 하는 호흡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키고 혈압을 올린다.

천천히, 코로, 조용하게.

이 단순한 원칙이 몸의 신경계를 바꾼다.


들이마심보다 길게 내쉬고, 어깨 대신 횡격막을 사용한다. 배가 부드럽게 내려가고 올라오도록. 날숨을 두 배 이상 길게 가져가면 몸은 부교감신경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숨이 약간 부족한 느낌, 공기가 살짝 아쉬운 그 경계. 그 지점에서 몸은 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을 회복한다. 과하게 반응하던 호흡중추가 차분해진다.

숨이 줄어들수록 의식은 선명해진다.


호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어제의 강의로 눈이 번쩍 떠졌다. 더 놀라운 것은 폐에서 심장으로 옮겨진, 산소가 포함된 혈액이 온몸의 끝 가지가지마다 퍼져서 이산화탄소의 도움을 받아 산소를 떨어뜨리고, 다시 폐로 돌아오려면 꼭 필요한 것이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종아리를 ‘제2의 심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이 필수이고 삶은, 생명은 움직임이다. 생명 현상은 정체가 아니라 흐름이다. 명상은 가만히 앉아 있지만, 그 안에서는 미세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횡격막의 오르내림, 심장의 박동, 세포의 에너지 생성.

고요 속의 움직임.


요즘 자기 전에 내가 하는 명상은 긴 호흡을 몇 번 하고 내 심장의 박동을 감지하는 일이다. 매우 집중해야만 내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가 있다. 심장의 박동을 느끼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심장박동을 느끼다 보면 잠이 스르르 온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지금도 심장은 열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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