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어디 어디가 더 좋은가 경쟁하듯 도서관이 여기저기 생겼다. 어릴 때 내가 사는 지역에 공공도서관이 세 곳밖에 없어서 새벽부터 줄 서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동네에 새 도서관이 생겨 눈이 휘둥그레져서 가니까 새 책이 가득했다. 집에 쌓인 책들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되어 거의 처분하고, 반복해서 읽을 책들로 정리를 한 후, 도서관도 생겼겠다 그 이후로 도서관 애용가가 되었다. 내 동네에 도서관이 개관을 하고, 옆 동네에 또 도서관이 생기고 그 옆동네에 계속 도서관이 생기더니, 지금은 각 동네마다 도서관이 다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전 지역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동네마다 도서관이 다 있지 않나 싶다. 최근에 개관한 도서관일수록 내부 공간 디자인이 진화를 해서 점점 아름다워진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사색하기에 좋은 공간의 연구 결과인가.ㅎㅎ
광교 호수공원에 인접한 푸른숲 도서관은 외부에 숲 속 오두막집을 몇 채 만들어 소모임이나 개인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색이 있고, 광교홍재도서관의 5층에는 디자인 관련 책들을 볼 수 있는, 웬만한 북카페보다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화서다산도서관은 커다란 통창으로 숲이 보이는 숲뷰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고, 옥상 휴게 공간도 인상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는 평일에만 여는, 예술서적 가득한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하여, 미술관의 도서관인 만큼 내부공간이 예술적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의정부의 음악도서관과 미술도서관, 서울의 이색적인 여러 도서관도 궁금하다. 내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경기도 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 모든 시립 도서관이 연계되어 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저 도서관에 반납할 수 있고, 이 도서관에 없는 책을 저 도서관으로부터 빌려 이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는가 하면, 신간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제일 먼저 따끈따끈한 새 책을 받아 읽어 볼 수가 있다. 도서관과 연계된 서점에 가면 바로 새 책을 서점에서 빌릴 수도 있다. 어머니는 예전에 읽고 싶어도 책이 없어서 못 읽으셨다고 했는데 읽을 책들이 넘쳐난다. 새 도서관은 새로운 대로 좋고, 어릴 적부터 있던 오래된 도서관은 서울의 정독 도서관처럼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 나, 도서관 홍보대사인가.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그날 가고 싶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산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몸을 움직여 일을 하고, 너를 만나고 그들을 만난다. 여행을 하고 운동을 하고, 미술관에 가고 도서관에 간다. 점점 연로해 가는 부모님의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움직임이 둔해지신다. 걷는 게 당연하지 않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나의 주말이 갑자기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