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韓国は和食居酒屋戦国時代!
* 이 글은 2020년 5월 일본어로 작성했었던 今、韓国は和食居酒屋戦国時代를 다시금 회고하며 한국어로 정리한 글입니다
위에서부터 요코초, 멘야하나비, 사사노하, 분노지.
얼핏 보면 일본 어딘가에 있는 가게처럼 보이지만, 다 서울에 있는 가게들인데요.
2019년 9월, 4년 간의 일본과 베트남 생활을 마치고 귀국.
성수, 문래, 합정.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딱히 갈 일 없던 동네들이 핫플레이스가 되어있었고 전동 킥보드와 따릉이가 골목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고 있었어요. 분명 20년도 넘게 살았던 서울인데도,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죠.
그중에서도 가장 위화감을 느꼈던 건, 여기저기 생긴 수많은 이자카야들.
일본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로 2014년에 8,000곳이 채 되지 않았던 일식전문점은 2018년 17,000곳으로 2배 넘게 증가해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일식집이라고 상호를 달고 있어도 상당히 현지화된 한국스타일 일식을 제공하는 곳이 많았다면, 요즘은 분위기도 맛도 일본 현지와 거의 차이가 없는 본격적인 가게들이 주류가 된 느낌이었어요. 오마카세, 사케, 테즈쿠리 같은 말들도 꽤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듯했고요.
노 재팬 불매운동 이후, (여태껏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애매한 한일관계가 유지되는 상황 속에서 일식집, 아니 이자카야는 꾸준히 늘었는지에 대해 손님, 가게, 사회문화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대학생이던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술자리는 한상 가득 음식을 두고 맥주와 소주를 신나게 마시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ㄱ나니...). 하지만 최근 수년 새, 대기업에서도 기업문화가 개선되면서 "먹고 죽자"식의 대규모 회식도 많이 사라졌고, 지인들과의 술자리도 2-3명 정도 모여 가볍게 마시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테이블이 줄지어있는 큰 고깃집보다는, 카운터석에서 앉아 조촐하게 마시기 좋은 작은 이자카야들이 가지는 존재감이 커지게 되었고요.
일본 여행하며 카운터석에 앉아 마시던 사케 한잔, 맥주 한잔의 추억. 그리고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에서 보인 소소하게 즐거운 술자리에 대한 동경이, 한국인들을 이자카야로 이끈 게 아닐까라고 느꼈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자카야를 하는 게 더 돈이 된다는 점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한식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찬은 기본으로 제공해야 되고 리필도 안 해주면 섭섭해하고 술도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맥주나 소주 정도밖에 팔 수 없고, 기본적으로 음식도 여러 명이서 같이 나눠먹는 시스템이다 보니 일인당 단가는 2만 원 남짓으로, 업주의 노력에 비해서는 마진이 낮은 편이죠.
반면에 이자카야의 경우에는 단품요리가 대부분이고 따로 반찬을 끼워주지 않아도 되고, 사케나 일본 소주 그리고 하이볼 같은 주류도 다양하게 제공이 가능하다 보니, 표현이 좀 그렇지만 손님 한 명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돈이 꽤나 쏠쏠하죠.
물론, 한국에서 일본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재현하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노력을 폄하할 마음은 추호도 없어요. 하지만, 일본 노포(老舗)들이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 안에서, 그 노력에 걸맞은 혹은 그 이상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있는 건 사실일 거에요. 바꿔 말하자면 한식집의 경우, 이모로 불리는 수많은 중년 여성들의 노동을 기반으로 이어져온 경우가 많고 요구되는 노력에 비해 충분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새롭게 도전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힘든게 아닐까요?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질 트렌드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번화가 여기저기 복고풍 인테리어의 술집과 제과점 등이 많이 보이는 걸 보면, 힙지로로 대변되는 뉴트로는 아직도 메인 트렌드인가봐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을 객관시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성장한 게 이자카야가 널리 퍼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은 일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왔었고, 이전에는 일본 = 최첨단, 넘사벽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왜색이 짙은" 문화를 양유 하는 것 자체가 암묵적으로 터부시 되어왔죠.
하지만 지금 2030에게 일본은 여러 나라 중 하나에 불과하고, 아날로그와 레트로 감성이 살아있는 특이한 나라로 여겨질 정도로, 같은 눈높이에서 일본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남의 나라의 80년대 시티팝을 듣고, 옛날 디자인의 일본어 포스터를 봐도 그냥 옛날 느낌 나서 특이하고 재미있네~라고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이자카야의 인기가 단순히 음식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 한국에서 개개인이 가지는 취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징표라고 생각해요.
대단한 속도로 성장해온 우리는 항상 변화를 요구받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해왔죠. 덕분에,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톱클래스가 되었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삭막한 환경이 된 것도 사실이잖아요?
술과 음식에 관해서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무난하고 맛있는 치킨집과 고깃집이 빠르게 전국에 깔리고, 저렴한 희석식 소주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지만 개개인의 소소한 취향을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계가 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약간 비싸더라도 주인의 취향과 고집이 들어간 음식을 맛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이자카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일본 분위기를 흉내 내는 것을 넘어, 한국만의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