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만난 사이와 관계의 온도

by 고른조각수집가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일로 만난 사람들과 굳이 잡담을 나눠야 하나 싶었다. 필요한 이야기만 주고받으면 충분했고, 사적인 이야기를 섞을 이유도 찾지 못했다. 굳이 내가 궁금하지 않은 그들의 자녀의 이야기를 묻고 취미를 물으며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업무는 업무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사이라도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어야 마음이 쓰이고, 서로 돕고 협력하게 되는 걸 경험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정을 쏟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때론 일을 더 부드럽게 만들고, 서로를 더 존중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친분이 지나치면 내가 싫어하던 모습인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원칙을 흐리고 대충 넘어가는 태도로 흐를 위험도 있다. 그건 여전히 매우 싫다.

결국 중요한 건 선을 어디에 두느냐같다.
너무 밀착되면 흐릿해지고, 너무 멀어지면 굳어버린다. 그 사이 어디쯤,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온기를 유지하는 관계. 그 정도의 온도라면, 업무도 사람도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뭐든 적당한 게 제일 좋은데, 어렵긴 하다.

나는 아직도 사적인 대화나 스몰톡이 어려운 딱딱한 대문자 T일 뿐이고.. 사실 선배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면 대답만 하는 어린 후배 시절이 더 편하고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중간층이 되어 선배들의 이야기에 끄덕이기도 해야 되고 마음도 알아드려야 하고, 후배들한테 말도 걸고 편한 분위기도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가 후배들에게 혹시 내가 꼰대로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하고 무슨 얘길 스몰톡으로 시작해야하나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다.


결론은 필요성도 느끼고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적정선에 맞춰 실행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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