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능금을 만나면

by 배니할


가을볕이 따뜻하고, 하늘은 푸르고 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평소와 같이 역 앞으로 해서 아래 공원으로 돌려다 오늘은 평소 가지 않던 다른 길로 들어섰다.


정자가 보이는 다리 옆에 붉게 익은 능금 꽃사과가 다글다글 열렸다. 다리 위에는 능금이 떨어져 있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자 옆에 아저씨 두 분이 그런 나를 보더니 어디서 오셨냐고 말을 걸었다. 나도 능금이 너무 예쁘고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대꾸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제가 좀 따드릴까요?”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닐봉지를 하나 주워오더니 봉지를 벌리고 떨어지는 것을 담으라고 했다.


나는 “떨어진 것만 주워도 괜찮아요.” 하니까 이 능금나무 두 그루는 전에 자기가 냇가 옆에 심은 것인데 자기가 주인이라 괜찮다 했다. 아무도 안 가져갈뿐더러 사람들은 다른 농작물 수확하느라 이것에는 관심도 없다 했다. 그 옆에 아저씨도 그거 술 부어놓으면 색깔이 이쁘고 맛도 좋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아저씨는 다리 난간 위에 올라가서 능금을 따서 내가 들고 있는 비닐로 떨어트려 주었다. 그리고는 정자 안으로 자리를 옮겨 또 손에 닿는 능금을 따 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서울은 집값이 비싸지만, 이곳 시골에 살면 좋은 점이 많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이곳에 와서 살면서 좋았던 점을 말해주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벌써 두 해째인데 아저씨는 나를 처음 보는 것이다.


너무 많이 가져갈 필요도 없어서 비닐이 반쯤 차자 그만 사양했다. 아저씨는 가지 두 개를 꺾어주며 걸어놓으면 예쁠 것이라 했다. 나는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올해의 가을걷이는 끝인가 했더니 오늘 생각지도 않은 능금을 얻었다. 집에 그릇도 마땅찮고 지금껏 해 놓은 것 만으로도 1년은 충분히 먹을 것 같았는데 끝으로 예쁜 능금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남편이 보더니 어디서 이렇게 좋은 것을 구했냐고 물었다. 자기는 공원에 있던 것을 보았는데 어느 날 누가 다 따갔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굵은 것을 골라 씻어서 맛있게 먹었다. 작은 가지는 방안에 거울 위에 걸어두고 큰 가지는 현관 앞 펜스에 걸어두었다. 6월에 담가놓았던 매실을 걸러 매실액은 병에 넣어 2차 발효를 해 놓고, 매실 열매는 살을 발라 일부는 맛간장에 재어 놓고, 나머지는 고추장에 참기름, 깨소금 넣고 무쳐 먹으니 별미다.


매실 담갔던 그릇을 확보해 놓고 능금을 손질해서 반 갈라서 설탕에 재어 놓았다. 능금으로는 처음 담갔지만 어떻게 발효가 될지 사뭇 기대된다. 맛과 향은 물론 좋을 테고 아마 빛깔이 예쁜 발효액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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