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틈에서도
1.쑥의 생명력
쑥 쑥 쑥
쑥이 잘도 자란다.
지난밤 빗속에
한 뼘이나 더 자랐다.
원자탄이 떨어진
죽음의 땅에서도
제일 먼저 돋아난 것이
쑥이라 했다.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 난리통에도
아랑곳없이
쑥쑥-
잘도 자란다.
2. 쑥이 말하다
오염된 세상을
정화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떡으로도 만들어 드셔 보세요.
효소도 담가 마셔 보세요.
차로 끓여 보세요.
뜸도 떠 보시고요.
.
한의사도 말했지요-
면역에는
쑥이 제일이라고.
3. 돌 틈의 쑥
“이제 그만. 두 시간이나 뜯었으면 충분해.
냉장고도 작은데 두어 번 떡 해 먹으면 되잖아.”
마치 어머니가 옆에서 말씀하시는 것 같아 쑥밭에서 일어났다. 아,어머니도 생전에 쑥을 보시면 우리가 말려도 허리를 못 펴셨다.
이렇게 깨끗하고 좋은 쑥을 보기란 쉽지 않다. 도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는 작은 행운을 잡은 셈이다.
남편이 삼척 출장을 간다 하였다. 새벽부터 서둘러 말벗 겸 보조 기사로 따라나섰다. 사진이나 찍으려고 바다를 향해 가는데, 뒤따르는 차가 신경 쓰여 빈 공터에 차를 세웠다.
솔밭이 있고, 복숭아꽃 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꽃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다가 하마터면 발아래 쑥을 밟을 뻔했다.
웬걸-
돌밭 틈에서 제법 실한 쑥이 삐죽 올라와 있었다. 마른 쑥대가 아직 누런 잎을 달고 서 있고, 그 곁으로 새 쑥이 고개를 내밀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것이,돌 틈에서 자라 더없이 깨끗했다.
이래서 봄에는 차에 장갑과 비닐봉지를 챙겨 다닌다. 동해안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이라, 맛과 향에 바다 냄새가 배어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쌀과 함께 밥솥에 앉혀 떡을 해 먹어야겠다. 올봄 첫 수확이라 벌써부터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