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희 작가를 애도하며..

by 조지은




몇 달 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작가 백세희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한동안 벙쪄있었다.

예전 출판학교의 과정에 참가하고 싶어 서평을 적어 내릴 적,

그녀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그녀와 왠지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강연도 찾아봤었고, 표정과 말투 눈 빛을 보아서 인지 어디선가 한 번 봤던 사람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의 큰 주제는 ‘우울증’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살을 했다.

그녀를 애도하며 적어두었던 서평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서평

현대사회의 그늘, 우울증 치유의 올바른 動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 흔 / 2018년 6월 / 207쪽 / 13,800원

현대사회는 무한 경쟁, 능력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그늘 속에, 정신 질환에 대한 확실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왜곡된 인식은 여전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은폐와 거부감을 심화시키며, 더 어두운 그늘 속으로 침잠하게 만든다. 정신 질병의 증상은 파악하기 어렵고, 그 경중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종종 단순한 기분과 감정의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예전과 비교하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 번져가는 우울한 기류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정신 질환은 의지와 절제력 부족이라는 개인적 책임 문제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에서 치료받는 과정을 대화 형식으로 엮은 에세이다. 저자는 10년 넘게 느껴온 부정적인 감정과 불안한 마음이 우울증이라는 정신 질환임을 인정하고, 용기 있게 고백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료해 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저자가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많은 독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정신 질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8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며, 90년대 출생인 백세희 작가와 비슷한 세대의 독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2편과 합본까지 출간되었다. 1, 2편의 표지는 높은 채도의 단조로운 색채를 사용하고, 간단한 일러스트 캐릭터를 삽입했다. 서체와 내지 등 전체적으로 심플한 구성은 타깃 독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귀여운 컨셉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책 제목에 다소 심오할 수 있는 ‘죽음’이라는 단어와 한국의 소울 푸드인 ‘떡볶이’를 한 문장으로 나열함으로써, 무거운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가볍게 풀어낸 점이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정신 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직된 시각을 유연하게 바라보게 하는 저자의 의도도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2015년 국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저자의 <미움받을 용기>는 청년과 철학자 간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는 자신의 심리 치료 과정에서 심리상담사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서술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두 책에서 사용된 대화 형식을 비교해 보자. 전자의 대화는 통찰과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의 도구로 활용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독자는 스스로 교훈을 얻게 되지만, 후자의 대화는 저자의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풀어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러한 대화의 형식은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명쾌한 해소 감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의 감정을 전달하고 독자의 공감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심리 상담 내용을 용기 있게 고백함으로써 많은 독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우울증이라는 정신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때, 치유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