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저는 32개월 아들딸 쌍둥이 천둥번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천둥번개 배변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쌍둥이를 순차적으로 할 생각에, 작년 여름부터 번개(딸)에게 변기에 소변을 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번개는 며칠 만에 수월하게 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는데, 응가는 꼭 기저귀에 해야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발을 동동거리며 기저귀를 찾는 번개에게 마지못해 기저귀를 내어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서 천둥이에게 소변을 변기에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천둥이도 소변을 쉽게 가렸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천둥이가 응가도 기저귀에 하지 않겠다고 하며, 응가를 며칠 간 꾹 참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변비에 걸린 것입니다. 변기 앞에서 폴짝폴짝 뛰는 천둥이를 보며, 저는 제발 기저귀에 싸도 된다, 바지에 싸도 된다고 일러주었지만, 천둥이는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천둥이는 기저귀에는 싸기 싫지만 변기에 앉아서 싸기는 어려운 과도기를 보내고 있었나봅니다. 저와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붙잡고 며칠을 고생한 끝에, 아이는 변기 앞에 선 채로 응가 가리기에 처음 성공했습니다. 응가가 로켓처럼 푸슉 출발해서 변기에 안착하는 순간, 제 눈에서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기저귀에서 변기까지 이렇게 멀 줄이야. 그래도 한 명 해결했다는 생각에, 얼마나 안도감이 들었는지요.
작년 12월, 오미크론이 동네에 상륙해서 가정보육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굳게 먹고 번개 응가 기저귀 떼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변비가 찾아왔습니다. 번개는 오분에 한번씩 방방 뛰며, "엉덩이 문질러줘"라고 호소했습니다. 엉덩이를 문질러주지 않으면 번개가 울부짖으니, 하는 수 없이 부부가 돌아가며 아이 엉덩이를 문질러줬습니다. 저는 이주간 엉덩이를 문지르다가 난생 처음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응가나와라 푸슉"이란 노래지요. 결국 병원에서 변비약과 유산균을 타서 먹이고,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돌봄선생님, 저희 부부가 힘을 합친 끝에 아이가 변비를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기저귀와 이별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기저귀에 응가하는 번개를 보며, 응가가 나온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성급하게 기저귀를 떼려고 한 것인가', '기저귀 떼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번개가 배가 아프다고 방방 뛰더니 혼자서 변기에 앉아 응가를 했습니다. 아, 이렇게 쉽다니. 그 날도 제 눈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배변훈련이 끝났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천둥번개는 다시 바지에 응가를 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째 제가 집안일에 정신을 팔고 있으면, 한 녀석이 은근한 걸음으로 다가와 "엄마, 똥따떠"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곧 다른 녀석도 지지 않을 세라 "엄마, 똥따떠"라고 하며 어기적어기적 걸어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걸음마나 이유식에는 훈련이란 말씀을 함께 쓰지 않는데, 왜 배변에는 훈련이란 말을 함께 쓸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는데,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다른 어떤 발달과정보다도 배변은 되풀이해서 익혀야 하는 훈련입니다. 한 걸음 나아갔다가도 한 걸음 뒤로 돌아가고, 가리는 것 같다가도 못 가리고, 실수를 안하는 것 같다가도 실수를 하니, 엄마도 아이도 모든 과정을 견뎌야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뒷걸음질 하더라도, 과거로 영영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아이들은 바지에 응가를 할지언정 더이상 변비를 겪지 않을테고, 기저귀와 영영 이별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번개가 밤에 이불에 쉬를 했습니다. 제가 번개에게 "밤에 이불에 쉬했더라"고 하니, 번개는 태연하게 답합니다. "담엔 변기에 할게". 천연덕스러운 아이 표정에 저는 그저 웃습니다. 아이 말대로 오늘은 실수해도 다음엔 실수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배변훈련하시는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이 글은 2022. 1. 9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