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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Feb 17. 2022

너의 시계

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31개월 천둥번개는 몇 주 전부터 아침마다 등원을 거부합니다. 제가 어린이집에 가자고 재촉하면, 천둥번개는 "더 놀거야", "더 높고 싶어"라며 딴청을 피웁니다. 놀이방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립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면 잘 놀지만, 집에서 노는 일도 좋아합니다. 천둥번개를 잘 노는 아이로 키우고 싶던 제 바람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막대사탕과 까까를 쥐어가며 등떠밀어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방학이 되니, 놀겠다는 아이 의사를 무시하기 어려워서 열시 넘어서 등원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같이 오전 10시에 교육이 있는 날은 사정이 다릅니다. 제가 교육에 무난히 참석하려면 아이들이 최소 9시 30분에는 등원해야 합니다. 저는 조바심을 내며 늑장을 부리는 천둥번개를 어르고 달래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네 세상에는 시계가 없구나.


엄마 세상에는 시계가 있고, 째깍째깍 쉬지 않고 분침과 초침, 시침이 움직입니다.  머리 속에는 아이들을 보내고 해야할 일들이 시간 별로 있어서,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이  시인지 모르고, 해야할 일에 쫓기지도 않습니다. 시계 없는 세상에 사는 천둥번개와 시계가 팽팽 돌아가는 세상에 사는 엄마가 순간을 공유합니다. 저는  무릎을 베고 드러누운 아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그래, 시계 없는 세상도  좋지.' 천둥번개는  애간장을 태우다가 9 30분에 가까스로 등원했습니다. 돌아보니 아이들이 등원을 하지 않아서 제가 교육 시간에 늦은 일은 아직 없습니다. 늑장을 부리고 딴청을 피우더라도 엄마 시간에 맞춰주는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 물론 내복바람으로 등원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 글은 2022. 1. 3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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