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제대로 꾸기 시작한 건, 5년 전이다. 누군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 "저는 꿈을 안 꿔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하고도, 꿈 얘기는 나와 먼 이야기였다. 동료나 선배 상담자들로부터 억압이 심한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하지만 꿈이 마음대로 되던가. 내게는 꿈꾸는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30대 후반 즈음, 어느 순간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떤 꿈은 미묘하게 변주되며, 같은 주제를 품고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내가 꿈을 꾸다니, 신기했다. 꿈이란 녀석이 궁금했다.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융 분석가로부터 꿈 세미나를 듣고 나서 내 꿈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꿈은 역시 꿈이라서, 의미를 알 것 같은 꿈도 있고, 도무지 감잡기 어려운 꿈도 있다. 육아를 시작하고 이 년쯤 기록하는 일을 쉬었지만, 최근 다시 꿈을 기록한다. 꿈 분석을 받지 않으니, 당장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록하려고 한다. 내가 꿈을 꾸고 있으니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꾼다. 작은 변화지만 내게는 좋은 징조다. 나는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