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무 일이나 재밌게 하라(5) - 세이노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일이 있다.

by 쏘리
세이노의 가르침 표지.png



p. 155


무슨 일에 뛰어들든지 간에 모든 관련 지식을 책을 통해 공부하는 것은 언제나 필수였다. 책들을 구입하는 데 돈을 아낀 적이 없다. 하지만 낮에는 일 때문에 책 볼 시간이 없으므로 자연히 저녁 시간과 휴일을 이용했다. 시간을 아껴야 했기에 출퇴근 거리는 무조건 짧아야 했고, 차 타는 시간도 아껴야기에 기사를 일찍부터 두었다.



(* 책을 통해 공부하는 것은 일석삼조다. 일단 시간을 원하는 시간대에 읽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 배우는 건 돈이 들지만 책으로 공부하는 건 소량의 비용으로 사고력, 판단력, 그리고 일반 영상이나 다른 매체 보다도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자신만에 속도로 공부할 수 있다.



보통 종합반/ 단과/ 1:1 과외 차이가 학생의 속도를 얼마나 맞춰주느냐 차이 같은데 직접 배우지 않고 혼자 책을 보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OTT로 보면 내가 한 번 더 보고 싶은 장면이나 부분을 마음대로 수차례 반복할 수 있어서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좋다. (* 물론 봐도 모르는 부분일 때는 누군가한테 물어봐야 하지만 중요한 건 끈질기게 이해가 될 때까지 혼자 붙잡고 늘어져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 혼자서 끙끙대다가 문제가 풀렸을 때의 그 희열 또한 재밌다.)



그래서 나는 굳이 저자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책에 그 사람의 생각과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다 담겨 있어서 매일이 만나는 기분이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책으로 공부하는 게 훨씬 좋다. 문제는 고등학생 시절 PMP에 인강대신에 미국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넣어서 본 게 문제였다. 왜 꼭 시험기간에 보는 영화가 더 재밌고, 시험기간에는 안 했던 책상 청소와 필기류 정리들이 재밌었을까)



(* 나는 화성시 봉담에서 향남으로 출퇴근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거리는 보통 날렵하게 새치기해서 운전하면 30분, 보통 정직하게 운전해서 가면 40분 걸리는 거리다. 처음엔 매일이 명절 대이동 같았지만 나중엔 적응이 돼서 차에서 모든 걸 하게 된다. 듣고 싶은 노래를 계속 듣고 화장도 차에서 하고, 머리도 차에서 말리게 된다. 그때 영어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영어를 딱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정신건강 전문 용어조차도 수련기간에 영단어를 많이 외우긴 했지만 기록 상 잘 안 남기게 되니까 거진 다 휘발되어 버렸다.)



(* 주유비, 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게 최고다. 안 나가도 될 돈이 나가면 아깝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노는 날을 기다리기는 했지만 기다린 이유는 전혀 달랐다. 크리스마스이브건 내 생일이건 간에 나는 가리지 않았다.



(* 연애할 때 빼고는 혼자 솔로기간일 때는 딱히 내 생일은 가족들이 용돈을 부처 주거나,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 정도고 직장에서 생일파티를 해주는 정도였다. 나는 생일파티나, 기념일에 대한 큰 기대치가 없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생일날에도 마치 큰 행사처럼 해야 한다는 게 일처럼 느껴졌다. 그냥 소박하게 맛있는 식사정도면 충분했다. 그니까 일상과 달리 특별한 날이 아니라는 의미다.



생일엔 그냥 맛있는 저녁 먹고, 영화 보고, 술 한잔 하면 끝이다. 의리의리 한 곳에 꼭 가야만, 무언가 값비싼 것을 받아야지만 특별하단 건 아니고 진심이 담긴 편지를 늘 받았었는데 나는 그 편지와 꽃이 좋았다.



여자들이 왜 편지와 꽃을 좋아하는지 남자들이 알까?



내가 처음 남자에게 꽃을 받은 건 7살 연상남이 트렁크에 큰 박스에 꽃에다가 좋은 향수도 뿌려서 준 적이 있었다. 아마 성년의 날이나 무슨 기념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 향을 맡을 때마다 기분이 좋긴 했다.



근데 꽃 보관 방법을 몰라서 방에 방치해 두니, 그 꽃이 말라서 벌레가 꼬였다. 그 뒤로 남자친구가 사주는 꽃으로 골치 아팠던 기억이 있고, 볼 때는 기분이 좋은데 관리가 안 될 것 같아서 꽃은 딱 한 송이만 줘도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나? 아니면 그런 생각"만" 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 뒤로 7살 연상남자친구에게는 꽃을 선물 받지 않았고,



두 번째 남자친구는 기억이 생생한데. 워낙 기대 자체를 안 했던 사람인지라 친구처럼 만나야지 했던 사람인지라 재밌게 데이트를 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3천 원짜리 작은 초록색 드라이플라워 꽃이 있었다.



예상치도 못한 꽃이라서 나는 길거리에서 마구 웃으면서 좋아라 했다.



그 이유는 서프라이즈는 전혀 못 할 것 같은 사람이라 그랬고, 창피함이 많은 사람이 그 꽃집 앞을 서성이면서 골랐을 생각을 하니 귀여웠던 것이다.



나는 리액션이 좋은 편인데 그 사람은 내 리액션을 보고 선물을 왜 주는지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됐다고 한다. 아무 기념일이 아닌 날에도 내가 흘려 말하는 말들을 기억하곤 서프라이즈를 많이 해줬던 사람이었다.



100일 200일 300일... 400일 500일 600일 700일 800일 900일 1000일 모두 편지 한 번 안 써준 적이 없었다. 물론 편지 내용은 비슷하긴 해도. 시간을 내서 쓰는 그 정성이 진심이 느껴졌기에 그랬다.



근데 정작 내가 써준 편지는 나중 가서는 차량에 굴러다니거나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사랑이 식었나? 싶었다. 나는 남자친구가 써준 편지는 보관함에 두고 가끔씩 아무 날 아닌 날 꺼내보고 추억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짜증을 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보관할 거면 받지를 말라고.



아무래도 물질적인 것보단 진심이 담긴 편지와 맛있는 밥 한 번 사주는 걸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는 걸 알아서 그랬을까. 언제는 꽃을 직접 꽃꽂이를 했다고 그랬다. 자기가 꽃을 직접 디자인해서 포장해 왔다고 자랑했던 꽃다발도 있었다. 나는 그럼 세상 방방 뛰면서 사진을 찍는다. 근데 워낙 성격이 좋진 않아서 싸우면 다 지우는 성격이라 싸우고 그 사진들을 지우지 않기를 했었는데.



헤어지고 마음정리한다고 사진을 많이 지웠지만 알고 지낸 지 2년 사귄 지 4년 반정도 그 세월을 지우다가 지쳐서 못 지운적도 많다. 지금까지도 못 지운 사진들이 있다. 마음이 남아서는 아니고, 지우다가 지친다. 이렇게나 많이 사진을 찍었나 싶어서.



30대 이후로 만난 남자친구들과 빨리 헤어진 이유는 만날 수록 그 사람보다 더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있나 싶었다.



30대 후반에 만난 남자들은 내가 "저 왜 만나세요?" 물어보면 "만날 수록 그냥 "결혼이 급해서, 말을 잘 들을 것 같아서" 별의별 다양한 사유들을 들었다.



"데리고 살아야지. 뭐" 이런 말들을 하던데 내가 물건인가 싶은 것이다. 데리고 살긴 미안하지만 나는 혼자도 팍팍하게 살긴 했지만 어디 팔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 혼자 잘 지내는 타입이기도 하다. 심심해할 뿐이지.



내가 이악받쳐서 울었던 그 기간에 짜증이 났던 건 결혼을 못해서, 남자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집 한 채 없는 게 서러워서 그랬다. 그러면 집 있는 남자친구를 잡는 게 플랜이어야 할까? 어찌 보면 도박인데? 결국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집이 필요해서 남자를 만나는 꼴이 되는 게 아니면 뭘까?



집은 나도 살 수 있고, 구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내 걸로 등기 치는 작업이 오래 걸릴 뿐이지.



누구는 그러겠지 혼자보다 둘이 모아서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근데 그거는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얘기다.

줘도 아깝지 않아 하는 서로 그런 마음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얘기다.



그걸 3번 만에 3개월 미만에 판단이 어떻게 되지?

단기간엔 콩깍지가 씌었을 때를 조심해라. 결혼 적령기의 큰 실수다...



정신과 전문의사들과 자문회의를 할 때 늘 나왔던 멘트



- 사계절을 꼭 겪어봐라.

- 피임은 꼭 해라.


두 가지를 점검하고 결혼해도 늦지 않다.

이왕 늦은 거 더 꼼꼼하게 해라.



근데 세상에 재밌는 것도 천지라서 내가 혼자 보내는 시간보다 더 재밌어야지 연애가 유지가 된다. 이전에 오래 만났던 남자친구들은 만나서 재밌으니까 만났지 그게 아니면 나는 딱히 오래 유지가 안 된다.



재밌고, 그 시간이 쌓여야지 유지가 된다. 근데 30대 넘어가면 다들 좀비처럼 피곤해하고 귀찮아하고, 이건 나도 마찬가지인지라 귀찮음을 이기도고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만나는데 그게 아니면 그냥 혼자 퇴근하고 간단한 맥주나 먹으면서 씻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잠드는 게 편해지는 나이가 된다는 것이다. 아 슬프네... 하하. 근데 뭐 이게 대부분의 일상이라서 어쩔 수 없다. )



(* 내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마지못해 유지하는 결혼생활일 바에야 혼자 사는 게 정신건강에 낫겠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물론 제 생각. 제 기준입니다. 결혼은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누구랑 하느냐가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당장 급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서 하는 선택은 대충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라서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보셔야 합니다.)



(* 저는 생일 케이크도 잘 먹지 않은 편이라 갑자기 드는 의문은 생일에 왜 꼭 케이크여야 할까? 케이크 없이는 축하가 되지 않는 걸까? 제가 함께 일했던 동료 중에는 떡 케이크를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단걸 잘 선호하지 않아서 케이크 선물이 제일 난감했습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걸까요? 저는 보통 선물하려면 그 사람이 담아둔 장바구니를 보여달라고 합니다. 선물은 본인이 직접 사기엔 아깝고 누군가 선물해 주면 잘 쓸 것 같은 물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고, 환불까지 받은 경험도 있고



예 : 영양제 오쏘뮬 10만 원짜리를 드렸더니, 왜 이리 비싼 거를 했냐며 바로 환불하셨습니다. 제 마음이 거절당한 것 같지만 아직 10만 원을 주고받을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걸까요. 20대 초반이면 서운해서 씩씩댔을 테지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선 선물을 취소당했습니다. 이렇게나 서로 생각하는 게 각자 다 다릅니다.



저도 원치 않은 선물을 받아서 정리하기가 골치 아팠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부담 없는 선에서 원하는 바는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말도 안 해주고 맞춰보라고 하던데.



(*?? 내가 그걸 왜 맞춰야 할까요.... 그런 거 고민하는 거를 저는 질색팔색합니다.)



(* 저는 생일선물을 뭐 받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얘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 저도 생일선물 뭐 필요한지 명확하게 얘기하는 타입이고요.)



난이도가 극상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명확하게 얘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보통 화난 이유, 삐진 이유, 이런 걸 직접적으로 표현을 잘 못하면 다른 행동들로 튀어나옵니다. 그러면 상대방 입장에선 맞추기가 힘들지요. 어릴 땐 저도 서운한 이유를 말하는 게 속좁아 보일까 봐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해를 잘 못하니까. 최대한 아이메시지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나이 들면서 이런 고민보다 다른 고민들 하기에도 바쁩니다.... )



(* 아, 최악의 꽃은 회사에서 받은 꽃을 본인이 직접 골라와서 사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꽃을 건네준 사람. 꽃 사 올 시간이 안 될 텐데? 어떻게 사 왔냐고 물으니 자기가 직접 사 왔다고 그랬지만 알고 보니 그냥 회사에서 나눠준 꽃을 사 왔다고 했습니다. 에효... 그런지 모르고 나는 좋아하면서 그 꽃을 화병에 꽂아서 키우려 했던 내 모습이 처량해서 그 사람과는 결국 헤어졌지만요. 그냥 솔직하게 사 올 시간은 없었고, 회사에서 꽃을 받았는데 선물로 퉁친다고 하세요. 다 티가 납니다. 거짓말이 제일 안 좋은 습관이지요.)



(* 결론은 생일 기념일은 간소화할수록 좋다.)



(* 맛있는 밥 한 끼, 그리고 곁에 있어줘서 축하해 줘서 고맙다. 이 말 몇 마디면 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무 일이나 재밌게 하라(4) - 세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