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람 못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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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른 일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여러 종류의 학원들에게 돈을 갖다 바친다.(그 덕에 돈 많이 버는 학원 중 하나가 공인중개사 학원일 것이다.)
(* 내가 무언갈 배우기 위해 돈을 버린 게 무엇이 있을까, 대학교에서 취업하기 위해 패키지로 있었던 회계반이 있었다. 아마 그 가격이 60만 원쯤 됐던 것 같다. 사회복지전공이라 입사해서도 회계는 어딜 가든 중요하다기에 신청하고 싶었고, 아버지가 내주셨다. 무언가 배운다고 하면 아버지가 내주셨다. 생활비 별도로 나가는 돈이기에 아버지의 굳은살, 뭉툭한 손 그럼에도 늘 새벽같이 신발정리를 하고 나가셨던 우리 아버지. 등록금 한번 밀린 적 없고, 4년제를 졸업했다. 누구는 학자금 대출부터 갚는다고 하던데 나는 몰랐다. 학자금 대출이 뭔지. 그렇게 좋은 대학도 아닌데 군말 없이 1년을 또다시 대학교에 늦은 출발을 할 때,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해주셨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회계를 초급반까지만 했다. 그때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때 만났던 구 남자친구로 인해 수업을 째기도 했고, 그래도 거기서 만났던 친구들 덕분에 또 재밌는 추억만 쌓긴 했지만, 그 회계를 지금 써먹고 있질 않다.
중급반까지 간 게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회계용어가 들려오면 아 어디서 들어봤는데, 뭐지? 왜 알고 있지? 이 정도 느낌이다. 이력서에 회계 자격 기재는 하지 않았다. 그건 이력서에 그런 걸 쓰게 되면 이 팀 저 팀 불려 갈 수 있으니 뭐 그런 소리를 취업시즌 때 들어서 그랬다. 나는 숫자에 약해서 회계팀은 부담스러울까 봐 그랬다.
그러보면 회계는 너무 모르면 안 될까 봐 들었던 수준이었다.)
막상 그 다른 일을 하게 되어도 또다시 '이게 아닌데' 하면서 다른 직업을 찾는다.
(* 내가 유일하게 길게 일한 건 정신건강사회복지사뿐이다. 진득하게 일해 본건 2년 10개월이 전부고, 같은 분야에서 돌긴 했지만 그냥 평생 이 일을 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내 출근길을 힘들게 했나? 그래서 두 번째 상부와의 면담 때 그런 말을 들었다. "당연히 여기 계신 회원분들과 무덤까지 가야지! 같은 지역사회 내에서 늙어가는 것이라고" 그 말이 나는 왜 충격이었을까? 장례식을 많이 못 가본 내가 점점 그런 걸 겪어야 할 때 덜컥 겁이 났다. 같이 함께 늙어간다는 말 나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 근데 이제는 안다. 그 시점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살 어린 대학교 동기 남자 후배의 아버지도 돌아가셨다는 부고 문자를 받게 됐다. 중학교 동창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는 직접 갔고, 1년 동생인 남자 동기생 아버지 장례식엔 가지 못했다. 마음 한편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마음 잘 추스르고, 어머니 옆에서도 많이 같이 있어드려 줘라고 카톡을 보냈다. 내가 본 그 친구는 듬직해서 늘 나에게 외동이라고 말했어도 어딘가 모르게 동생이 있을 줄 알았지만 늘 외동이었던 친구. 항상 거리낌 없이 대해줬던 친구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원칙을 잊지 말라. 새는 바가지는 다른 분야의 일터에서도 새기 마련이며 어느 한 분야에서 귀신이 되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해도 중복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다른 일을 해도 빠른 시간 안에 귀신이 된다.
(* 나는 새는 바가지인가, 빠른 시간에 발이 안 보이는 귀신이 될런가. 그건 1년 뒤 가보면 알까? 아니다. 두 번째 여자 상부가 그랬다. 무슨 일이든 3년 정도 해봐야. 어디 가서 "저 이거 해봤어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일 이든 내 걸로 만들기 위해선 3년 정도는 해야 하고 5년 정도 돼야 그 초석을 닦을 수 있다고 했다. 단기간에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