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주머니는 언제 쥐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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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어깨를 두드리며 모범 사원으로 칭찬한다고 여겨 감격하는 순진함은 갖지 말라.
(* 칭찬은 저연차, 중간연차, 고연차 다 좋아라 하긴 한다. 당근처럼 그렇지만 그 칭찬을 받았다고 마냥 좋아만 할 순 없고, 칭찬을 받은 만큼 주변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그 무게는 더 생길 뿐이다. 대체로 누구에게 칭찬받기 위한 행동이 아닌데 그 공이나, 노고가 드러나는 순간 칭찬을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다. 앞으로도 그런 행위를 계속해야 할 것 만 같은 생각에. 칭찬에 길들여질수록 더 잘해야 해, 더 기대할 거야. 뭐 이런 식이던가. 그러니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도 은근슬쩍 "적당히 하세요. 그러다가 일 다 몰려요.", 또는 "계획적으로 오래 일하기 위해선 초반에 에너지를 다 쓰지 말라."라고도 피드백을 들었다. 초반에 열심히 집합 공부만 하다가 뒤로 가선 백지처럼 깨끗해진 수학의 정석처럼, 또는 용두사미처럼 말이다. 그러니 체력전이지만 오래 장거리를 뛰기 위해선 처음부터 냅따 뛰는 게 아니라 오래 뛰기 위한 에너지 조율 또한 필요하다.)
둘째, 사장이 오너라도 돈 주머니를 가진 그 오너를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곳은 피하라. 오너 대신 상사들이 겹겹으로 늘어서 있는 곳에서는 일하지 말라는 말이다.
(* 보고체계가 3단계만 거처도 말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거쳐서 이야기가 전달되거나 보고가 되는 게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들은 동시에 보고를 하거나, 페이퍼로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말이 와전되지 않거나 프레임이 안 씌게 되는데, 어디 조직에서 보고체계를 뒤바꾸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직원이 누가 있을까. 그러니 수습기간일 때 적응하는 사람의 몫도 있지만 그 조직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괜히 이상한 곳에서 몸 상해, 마음 박살 나지 말란 소리다.)
능력별 연봉제라 할지라도 연공서열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 아직 아니다. 때로는 당신이 세운 공을 상사들이 차지한다.
(* 내가 만났던 상사 중 "왜 이렇게 잘해? 나는 제 한 시간 내에 이렇게 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때 당시 나는 2명이 해야 할 몫을 누가 알려주던 사람도 없이 혼자서 쳐내고 있을 때다. 한 명은 결혼 때문에, 한 명은 출산 때문에 라고 하지만, 결국 윗 상사가 힘들어서 도망간 선생님들이셨고, 난 새파랗게 아무것도 모르는 초년생, 그리고 취업을 위해 잘 보여야만 하는 시절이었다. 그러고 직장생활 경험도 전무했던 그런 어린애였다. 그러니 인수인계서를 받긴 했는데 하루? 이틀정도? 미리 나와서 그분의 9시간을 졸졸 쫓아다녔는데 그걸로는 택도 안 됐지. 집에 와서 인수인계서 두 장을 들고 계속 내 머릿속에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다행히도 내가 2년간 봉사했던 경험이 있었고, 환우분들과의 라포가 있었기에 그 많은 양들을 쳐낼 수 있었지 않나 싶었다. 그렇게 되면 질은 떨어지고, 매일이 정신이 없는 와중에 새로운 인력이 오니 내가 얼마나 반갑고, 감사했는가. 그렇게 돌려본 나에겐 그다음 일은 그다음 직장은 조금 이상해도 "아, 이 정도면 양반이구만" 하게 돼서 참게 된다. 하지만 양반이어도 참지 말아야 할 게 있고, 그냥 넘어가야 할 게 있다는 걸 또 알게 된다. 주변에서 "만만하 게 보이지 마. 그냥 그렇게 웃고 다니지 마."라는 피드백도 들었다. 인상이 선하고 실실 잘 웃으니 너도 나도 편하게 생각하고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표정하게 다니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게 뭐 원래 그랬던 사람이었어야 자연스러울 텐데 억지로 하니 영 안 됐고, 이젠 나도 모르겠다. 별로 신경 안 쓰고, 필요한 말만 딱 던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