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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명품이 아닌 것의 차이는 미약하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미약하다는 말이다.
(* 한 끗차이다. 그 한 끗차이가 커 보이지만 절대 크지 않다. 알고나면 별거 아니였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윗사람에게 잘해야한다.
(* 나는 윗사람에게 어떤 부하직원이었을까 싶다. 내가 나같은 부하직원을 만난다면, 부모들도 그렇다 너도 너같은 딸 낳아봐라. 음. 장단점이 명확해서 좋다고,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사람 같다. 나와 맞는 상사들이 있었고, 나와 맞지 않는 상사들이 있었을 뿐. 그 상사들을 통해서 내가 잘 되야지 이런 마음은 없었다. 입사 초에는 다들 너무 멋있었기에, 누구하나 모난 상사분들이 없었다. 자부심이 찬 그 눈빛들은 모두가 있었다. 오리엔테이션만 받았을 뿐인데, 그 어떤 분도 그 조직을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좋은 말만 해주려 애쓴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예절과 예의를 강조하셨다. 일은 못해도 좋지만 예의와 예절을 갖추라고 강조하셨다. 나에겐 나무로 치면 나이테가 500년 된 나무들이셨다. 그 자리에 가는건 그냥 가는게 아니다. 그냥이라는 건 없다. 그래서 나도 조직에 어울리는, 그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다. 그동안 갖고 있는 나의 장점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많았다. 끊임없이 성장을 바라는 상사들, 아니 인생 선배님들.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을 무료로 알려주신다. 심지어 월급도 받는데 그런 꿀팁들을 알려주신다. 들어서 나쁠거 하나 없는 말씀들. 다 잘 되라고 하는 마음에 하는 말씀들. 가끔은 나를 이정도로 생각해주시나? 나는 원한 적 없는데. 가끔은 저렇게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한데 사는 데 지장이 없는데 상사는 상사고, 나는 나지. 라는 마음이 가끔 튀어나올때가 있다. 그건 너무 과부하가 되었을 때 나타난다. 특히 상사 위에 상사와 의견충돌이 나면 엄마아빠가 싸우는 것처럼 곤란하다. 상사들 싸움에 조무래기 직원들은 살얼음판을 걷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 싸우지 않고 굴러가는가. 그리고 싸우려고 출근한게 아니라. 일을 하다보면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다는 것을, 그건 어른답지 못해서가 아니라 성숙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생에 오과장님 같은 언성일 뿐임을. 알고 있다.
선배들도 후배들의 잘못을 눈감아주듯이 후배들도 가끔은 눈을 감고, 귀도 막는다. 품앗이라 해야할까. 하지만 오래 붙어있다보면, 오래 다니다 보면 못볼꼴, 애증들도 뒤섞인다. 우리 언제는 참 좋았는데, 우리 이때는 진짜 많이 싸웠는데 지금 그래도 함께하는 구나. 이렇게 늙어가는 구나. 이렇게 우리가 애써왔구나. 그게 조직의 우정이 아닐까 싶다. 친구간에 우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특히 우리나라는 정이 많다. 오지랖도 어찌보면 정에 한 종류지 않을 까 싶기도 하다. 관심없으면 그냥 언급조차 안한다.
조직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신념, 가치관이 다르고, 구성원들의 특징들이 다르기에 월급이 적어도 일이 힘들어도 사람하고 맞으면 그 재미로 길게 다니기도 한다. 아무튼 윗사람에게 잘해야한다. 근데 좀 더 자세히 쓰자면, 윗사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메뉴얼을 갖고 다니면 좋다. 나는 막내일때 3명의 상사와 함께 일 할때, 모드를 3가지로 쪼갰다.
상사1과 있을 땐 예의범절, 명확한 보고, 배우려는 자세
상사2와 있을 땐 숙연함, 적절한 추임새, 치고 빠지는 센스
상사3과 있을 땐 개그, 약간 가벼운 스몰토크, 긍정적 정서적 지지 쌍방
저연차일땐 색깔을 죽이는게 맞긴 하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출퇴근만 잘해도 반은 성공이다. 그리고 세이노 선생님이 말씀하신것처럼 부자가 되는 방법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불편함을 해소시키면서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나는 상사와 잘 지내는 방법은 상사가 가려운 부분, 상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 상사가 골머리 썩고 있는 부분을 뚫어드리면 그게 이쁨 받는 부하가 된다. 상사라고 학력이 학벌이 더 좋다고 모든 부분에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건 아니다. 그걸 보조해주면 "오 쓸만한데" 그게 어필이고, 그 어필이 타 팀에게도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그치만 더 머리 좋은 상사는 오히려 칭찬을 안하기도 한다. 본인만 알고 있는다. 왜냐면 칭찬 할 수록 뺏기기 쉽다. 그러니 좋은 것도 살짝만 흘릴 뿐 동네방네 떠들지 않는다. 내가 데리고 있어야 좋기 때문이다.
상사들은 인생경험은 부하직원이 제 아무리 똑똑해도 그 연륜은 못 이긴다. 그 연륜은 돈주고도 앞당겨서 가질 수 없는 눈이다. 내가 또래들과도 어울렸지만 어른들과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건. 교과서에 없는 역사책엔 없는 지식들을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그땐 그때고, 지금 지금이지. 라는 마인드는 도움이 안 된다. 최근 북한산을 갔다. 설악산을 가려다가 길을 잘 못들어서 서울은 한 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제일 가까운 산을 보니 북한산이었다. 세수도 안하고 갔지만 거기 초입에서 만난 할아버지,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고 계셨다. 사회복지사라 초행이시면 같이 다녀도 될 듯 싶어서 괜찮으시다고 하고 같이 산행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행색은 낡은 백팩에 마른 몸, 등산과는 전혀 거리가 먼 분 같았다. 근데 분명 안내소에서 이것 저것 묻던 모습은 사라지고, 산 어디쯤에 약수가 나오고, 도인이 살았고, 어디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고, 내가 입구 초입에서 봤던 할아버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분이 되어가셨다. 그리고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체력이 좋으셨다.
나는 21층에 사는데 3번 정도 계단을 오르고 내리다보니, 지금 몸에 살집은 붙었어도 평소 틈틈이 등산과 계단 오르기를 하니 페이스가 잡히면 그렇게 헥헥되지는 않는다. 근데 이 어르신은 축지법을 쓰듯이 더 가볍게 오르셨다.
정상에 올라갈땐 완전무장한 40-50대 남성분들 또는 20-30대 젊은 남녀들이 무색할 만큼 안전장치없이 그냥 오르고 내려오시는게 아닌가? 한 시간 컷이지? 나는 젊을때 30분 걸렸어. 그리고 하산할땐 뒤를 돌아서 밧줄을 잡듯이 하고 내려가는거야. 툭 던지시는 말들. 그 모습에 나는 "노장은 죽지 않았다." 계속 외치며 속으로도 놀랐다. 할아버지 정체가 무엇일까. 그치만 그게 중요할까. 그냥 당일치기 등산 메이트로 최고의 선생님을 만났다. 초반엔 할아버지가 힘드실까봐 뒤에서 속도에 맞춰서 탔지만 나중엔 나도 내 페이스대로 타다 보니까 할아버지가 안보이셔서 어쩌나 싶었는데 금방 따라오셨다.
덕분에 절에도 가고, 자판기 율무차도 얻어 마시고, 사람이 없는 전철도 타보고, 그렇게 헤어졌다. 안산에 사신다고 하셨는데 그대로 안산으로 가시고 나는 동묘에서 내렸다. 그래서 또 느낀건. 사람의 행색을 보고 판단해선 안되는 구나. 그리고 연륜은 청춘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산행이었다.
부산에서 온 아저씨들은 전지현을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전지현은 유부녀잖아요. 하니, 내가 데리고 살 것도 아닌데. 그리고 신세계 주식이 천만원있다고 하시는데, 전 주식 안합니다. 그리고 주식은 비밀입니다. 부산에 벡스코, 센텀 갔다고 하니 우워워우어워우어ㅜ어 하는 아저씨들.
신세계에 주식 천만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지 않다.)
이야기가 계속 딴 곳으로 자꾸 세지만,
내 일상이 튀어나오는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