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25 작년의 오늘 내가 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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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가 즉시 작업복을 입고 시장에서 노점이라도 할 사람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믿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나는 언제라도 제로 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결혼하기 전,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틀림없이 부자로 산다. 돈의 생리와 부자가 되는 비결을 알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에겐 아파트 한 채 값인 3천 만원 정도의 빚이 있었기에 아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순전히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시티 보이라는 이유 때문에 나와 결혼하였다.
(* 맞는 말이다. 아무리 회사가 망해도, 아무리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불알두짝을 달았더라면 생활비는 꼬박 꼬박 가져와야 한다. 물론 남편의 건강의 여의치 않으면 여자도 경제적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게 가정이고, 공동 운영체고, 그게 부부고, 그게 가정을 지키는 일이다. 결혼 하기 전에 배우자를 선택할때는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 보다 이런 자세가 되어있는지 싸가지가 있는지 최저점일때 이 사람의 텐션은 어떻게 될지를 알아야 한다. 근데 살아봐야 알 수 도 있어서 어떨지 모른다.)
(* 음악을 좋아하는 시티보이 표현이 너무 웃깁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하는 컨트리보이도 좋습니다. 시티보이들은 깍쟁이 일 것 같고, 컨트리보이는 또 너무 유유자적하려나 모르겠네요. 그냥 혼자가 편해지는 패턴에 익숙해집니다.)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 이미 나는 자가용 기사를 거느리고 있었고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틀림없이 앞으로 더더욱 부자로 산다. 나는 딸들에게도 그 비결을 알려 주고 싶다. 그 비결 중 하나는 낮은 곳에서 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만약 제 예비 남편? 신랑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귀신시나락까먹는 소리하네 했으려나요. 저는 기사를 두는 남편을 만날까요? 근데 저는 운전을 제가 직접 하는 걸 좋아해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우아한 사모님 되기는 글렀습니다.)
그러므로 애들이 중학교 수준이 되면 아빠가 갑자기 망했다고 말하고 거짓으로 재산을 몽땅 압류당하는 것으로 연극을 꾸미자. 그리고 판잣집으로 이사 가서 단칸방 생활을 하자. 너는 파출부를 하는 것으로 하고 나는 뭐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모르겠다.
(* 이 부분을 옮겨 적으면서 든 생각은 ㅋㅋ 진짜 웃기시다 싶었습니다. 그정도로 가난한 경험 밑 바닥 경험이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아신다는 거겠지요. 돈 주고도 못사는 가난의 경험. 뭐 우스갯소리로 서민 체험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리얼한 찢어지게 가난한 경험은 진짜가 아니고서야 아무리 연출을 해도 못 느낍니다. 그러니 설사 와이프분이 반대를 안 하셨더라도 나중엔 다 들통이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연출이 성공했다고 해도 결국 진짜 부자가 아니였네? 하면서 또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왜? 아 뭐야~ 할 수도 있지요.)
우리 둘은 허름한 옷을 입고 매일 아침 판잣집에서 나와 숨겨 놓은 진짜 집에 가서 낮에 있다가 저녁에는 다시 애들이 있는 판잣집으로 돌아가자. 물론 애들에게는 돈이 전혀 없는 듯 처신하고 등록금은 일부러 늦게 주자.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우리끼리 몰래 밖에서 외식하고 들어가고 딸들에게는 수제비나 먹이자. 봉투 붙이는 일 같은 것도 가져와 딸들에게 시키자."
(* 진짜 웃기십니다. 유머점수 10점 만점에 6.8점 드립니다.)
이러한 계획은 아내의 반대로 인하여 실제로 실현되지 못하고, 대신 딸들에게 이 세상 대가를 얻는 방법에 대해 가르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곳에서의 삶을 체험해야 나중에 경제적 문제에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나는 지금도 믿는다.
(* 이건 저도 맞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때 뼈져리게 깨닫는 게 경험하는게 앞으로 살아가는 여생에 있어서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해줍니다. 덜 휘둘리고, 덜 시간 낭비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중산층이나 상류층에서 태어나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실직이나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되면 대부분 빚을 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살았던 생활 수준보다 현저하게 낮은 곳으로 내려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게 문제다.
(* 주로 자살시도자 중 투자실패, 경제적 곤란을 겪는 사람들 그리고 그 굴레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보이지 않거나 이미 주식, 투자에 중독되어버려서 삶의 회복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차곡차곡 벌어서 갚을 생각보다는 다시 빚을 더 부풀릴 수 있는 방법으로 빠지고 만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 데 성실하게 일해서 갚아본 경험을 안 해봤거나, 이미 뇌가 절여져서 진득하니 무엇을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냥 탕감해주길 바란다. 세상이 끝나거나 내가 끝나야 그 빚이 끝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건 없다. 그냥 조금씩 갚아 다가다 보면 평생 갚는게 아니라 어느 순간 끝나 있을 것이다. 다만, 깨작 깨작 버는 게 아니라 개같이 벌어서 갖다 주고 그래야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빚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빛은 없다. 그러니 더 큰 빚들을 끌어 올 생각말고 딱 거기까지만. 딱 거기까지만 해라.)
예로 2억 원대 의 30평형 자기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이 주식투자, 사업 실패로 빚이 1억 생기게 되면 그 집을 팔아 빚을 갚고 1억원을 갖고 전세를 구하되 가능하면 비슷한 규모의 집을 구하려 하며, 이때 전세금 모자라면 또 다시 빚을 얻는다.
(* 자, 빚은 자산이나 재산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물이다. 은행에서 파는 상품 일 뿐 이다. 그러나 그 물건이 또 다른 물건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되어준다면 그 기쁨이 내가 그 이자금을 내는 고통스러운 것보다 기쁨이 더 크다면 어쩔 수 없지만 부자되기는 포기하는 셈이다. 하나만 해라 하나만 누리는 것도 다 하고 싶고 부자도 되고 싶다고? 그건 망상이래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집은 그대로 놔두고 빚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버는 족족 이자에 원금을 갚아가니 사는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왜 그들은 생활 수준을 저 낮은 곳으로 던져 버리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 고연차가 되서 연봉이 올라도 씀씀이가 그대로 같이 올라가버리면 저연차가 저축하는거나 고연차가 저축하는거나 똑같다는 말이다. 누군 그러겠지. 그래도 저연차가 누리는 경험보다 고연차가 되서 돈 많이 벌어서 더 누리고 산다고 하지만. 과연? 그 저축을 꾸준히 한 저연차가 계속 저연차일리는 없고 씀씀이를 저연차 때처럼 적게 한 사람은 고연차가 되도 씀씀이가 작으면? 아마 너가 고연차 일 때와 씀씀이가 작았던 저연차가 고연차가 되었을 때랑은 또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월급이 적다고 부자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많다고 다 부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 습관, 소비패턴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