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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리 Nov 11. 2024

미혼자가 예비기혼자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쓰는거 재밌잖앙

저는 31, 남자친구는 33

(* 동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93닭띠. 남자친구는 없을 무.)

저) 어쩌구 저쩌구 겉 프로필 스펙 

남자친구) 어쩌꾸 저쩌구 겉 프로필 스펙

(* 여기까지는 겉 껍데기 프로필 완료.)

서로 너무 사랑하고 애뜻해요. 

(*저는 이 문장에서 이미 끝났는데요. 결혼할래요.)

살면서 이렇게 사랑한 사람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사랑하고 이 사람 아니라면이토록 잘 맞고 싸우지 않고 재밌게 지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좋은데요.

자꾸 계산을 하게 되네요.

(* 저는 또 이 문장에서 탈락을 드립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데 남자친구는 결혼하고 아이도 바로 갖길 원해요.

아이를 낳는다 해도 남편의 수입으로 유지가 될지, 넉넉하게 뭔가를 해줄 수 없을 것 같아요.

(* 결혼은 현실, 하지만 결혼 아니여도 현실, 그놈의 현실, 친구중에 이름이 현실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야 잘지내니? 너 때문에 지금 많은 미혼자들이 결혼을 두려워하고 있다. 현실이란? 뭘까? 현실이 아닌 곳은 비현실인가?

성이 비 이름이 현실인 사람이 있을까?

잡소리 죄송합니다.

결론은 현실입니다. 맞습니다. 인생은 실전이고 현실이지요.

결혼이라는 건 아무리 준비를 해도, 양육이라는 건 아무리 훌륭한 고스펙 빵빵한 부자들도 고꾸라지는게 태반입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4년간 실무 상담하다보니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행복하고 회복이 빨랐는지 그 경험을 공유드리자면

작은 것에도, 겉으로 넉넉지 못해도, 마음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빨리 회복하고 해결책을 찾고 밖으로 튀어 나오십니다.

오히려 많이 가진 사람들이 휘감다가 목이 막혀서 숨이 막혀서

되려 파묻혀지내기도 합니다.

저도 뼈져리게 심장이 아플 정도로 사랑해본 적이 있습니다.

같이 있어도 계속 같이 있고 싶고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해도 헤어지는 게 더 두려워서 눈 감은 적도 많습니다.

근데 다시 돌아간다해도.

심지어 그 아픈 기억이 있다고 해도

돌아가서 사귈거 같아요.

그만큼 재밌고, 행복했고, 세상에 둘 만있는 것처럼

차 도로에 내 차만 다니는 것처럼

돌아다녔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솔직히 

"살면서 이렇게 사랑한 사람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사랑하고 이 사람 아니라면이토록 잘 맞고 싸우지 않고 재밌게 지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좋은데요." 

이 문장 아니였으면 결혼 굳이 하라 마라 하진 못할 것 같아요.

친구 중에 

소연아 너무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지마. 

결혼은 적당히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는게 속편해.

라는 말을 해준 유부 친구가 있습니다.

애를 다 키우면 갈라서고 싶다고 하는 유부 선배.

하지만 

미혼자인 저는

엄마에게 이혼안해? 라는 말을 하는 저는.

자녀입장, 부모입장, 아직 결혼을 한 유부 입장은 못 겪어봤지만

결혼은 재산이 묶어버리게 되지요.

추억은 기억에 묶어버리게 되더군요.

아이 한명을 넉넉하게 못해줄까봐

기가 죽을까봐

평생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과 비교를 한다고 치면

어떤게 더 나은 선택일지는 

타인이 아닌 본인이 결정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넉넉하지 못하더래도

불구덩이라도 이 사람이라면?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이라도

이 사람이라면 괜찮겠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시면 됩니다.

상황이 망가져도

이 사람이라면

유쾌하게 넘어져도

모른척 해주고

방법을 알려주고

기다려주고

그런 사람과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물론 전 미혼입니다. ㅎㅎ

결혼을 하지않아도 나중에 자식이 없어도 

재밌게 지낼 자신 100%로는 아니여도 비율이 꽤 높기 때문에

아직 어려서 그렇다구요?

저 어리지 않습니다.

할머니입니다.

가끔 응애 우는 애기기도 합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애같이 구는지 아세요?

다들 아기같은 모습이 내면에 있습니다.

겉 껍데기는 어른인데 생물학적으로는 나이 측정하면

년 수가 나오는데 지적인 성숙함은 왜 측정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만 먹은 응애가 되지 말자구요.

그러다가 진짜 응애들이 저게 어른이야? 할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결혼을 원하는데 제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남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라면? 내 기준이라면? 저는 결혼 고.)

(* 아 물론, 남자친구의 생활패턴, 싸가지가 있는지 없는지, 문제해결능력이 있는지, 어떤 능력치들이 있는지를 봅니다. 세상이 망해도 책임감있게 폐지라도 주울 깡다구가 있는지. 그걸 봅니다. 그게 가장으로써는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처자식 굶기지 않는 남자. 그게 최곱니다.)

너무 사랑하는데 헤어질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결혼하자니 현실이 너무 두렵고. 

(* 결혼 전 여자들이 느끼는 불안감. 블루메리지? 라고 하던가요?

그런건가... 이제 엄마, 아빠가 되어야할 타이밍이 오셨습니다.

두렵겠지요. 겪지 못한 일들이니 

실패와 시행착오 이게 맞나? 의 연속

내가 지금 한 선택에 후회하면 어쩌지.

그때 그냥 결혼하지 말고 딴 남자로 갈아탈걸.

하는 고민들을 마주할때 

후회할 수도 있지만

그 남자와 결혼을 안하고 다른남자를 만나면

아, 그 남자랑 결혼할걸, 그냥 최대한 사랑을 믿고 선택할걸

다른 색깔의 후회가 또 딸려옵니다.

어떤걸 우선의 가치로 두실 건지는 

수 많은 조언과 왈가왈부가 있지만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어떤 선택을 할지는

어떻게 판을 뒤집고

현실을 핑크빛으로 도배할지는

예비 신부의 마음에 꼬옥. 달려있어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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