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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 Sep 01. 2022

pique-nique à Paris

2022년 7월의 파리

파리하면 피크닉이다. 파리 가기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지만 내 기준 파리는 피크닉이 맞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들이 파리에 가면 무조건 다 간다는 루브르 박물관도 가지 않았다. 안 간 이유는 그저 가지 않아도 이미 너무 충만한 파리를 느끼고 있어서 인 것 같다.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유명한 두 군데는 다녀왔다. 베르사유 궁전과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다녀와서 친구와 한 말은  

“두 곳이면 충분하다.”

그야 우리의 관심사는 파리라는 도시 자체에 있지 파리가 가진 문화유산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리 그 자체를 느끼는 것이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가 피크닉 한 장소를 다 나열해보자면 먼저 뤽상부르 공원, 베르사유 정원, 튀를리 정원, 몽마르트르 언덕, 보뜨 쇼몽 공원-parc des Buttes- chaumont(현지인만 가는 곳) , 보쥬광장, 루브르 박물관 앞, 마르스 광장(에펠타워 앞), 트로카데로 광장, 엉드헤-씨뜨 호엥 공원(Parc André-Citroën), 센강 앞. 8일 동안 총 10개의 공간에서 피크닉을 즐겼다.


우리나라 다이소에서 산 5천 원짜리  테이블 덮개를 얇은 돗자리로 삼아 파리에서 다니는 내내 에코백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지 돗자리를 폈다. 나무 밑에 깔아 뜨거운 햇빛은 피하되 햇살은 들어오게 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샌들을 벗는다. 엉덩이를 돗자리에 붙인다. 푹신한 풀 또는 딱딱한 돌이 엉덩이를 불편하게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게 앉아 납작 복숭아를 먹으며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다. 보통 낮잠을 자고 책을 읽는다. 나도 낮잠을 정말 실컷 잤던 것 같다. 깊은 잠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햇빛을 받으며 자는 낮잠은 정말 달콤하다. 어떤 연인들은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그런 키스 말이다. 나랑 친구는 정말 놀랐지만 우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쳐다보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아기들은 풀밭을 기어 다니며 까르르 웃었고 청년들은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신기한 점은 그 누구도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명이든 3명이든 사람들은 서로  마주 앉아 몇 시간이건 대화를 나눈다. 저리 할 말이 많을까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잔잔히 대화를 나눈다.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는 카페를 가도 서로 폰을 보고 있기 바쁘니까.

피크닉을 하며 썼던 일기는 그 어떤 일기보다 솔직했고 나의 모든 생각을 담은 일기다. 파리에서 일기를 쓰는 것은 너무나도 나에게 특별한 순간이었기에  나의 이야기를 일부로라도 더 담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내 일기장은 한 폭의 유럽이 되었다.

파리는 여유와 낭만,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빵집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난감한 적이 있는데 긴 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다려주었다. 그 누구도 인상을 쓰지 않고 말이다. 기다림에 익숙한 듯 당연한 듯 기다려주었다. 그래서 나도 여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고 흡수했다. ‘그래 여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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