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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 Sep 01. 2022

작가 김물 자화상

시작하는 글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항상 들었던 말은 “너는 레이더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어 아주. 제발 공부에만 집중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대학에 붙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래서 김물은 그런 김물의 모습을 상당한 단점이라 여기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18 즈음  김물을 알아야겠다는 결심이 치솟으면서 ‘이게 정말 단점인가? 설마 좋은 점은 아니겠지?’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공부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감명받은 것들을 쫓아다니고, 독서실에 앉아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김물의 18,19살. 김물은 그때부터 종종 독서실이 아닌 큰 카페를 찾아 공부 또는 책을 읽었고, 공부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면 홀로 이곳저곳 떠날 줄 아는 낭만을 가졌었다. 갑자기 김물의 고향을 가고,  전북 여행을 떠나고,  영화관을 가고,  공원에 앉아있기도 했다. 모든 것들에 김물의 취향을 담았던 그녀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도, 가고 싶던 대학도, 전공도 그녀의 사랑이 깃든 것들과 연결되었다.


여행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아 핫한 여행 작가들 책이라면 모조리 읽어 치웠던 김물에게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과목이었다. 여행 책에 나온 장소가 교과서나 수능특강에 나오기라도 하면 여행지에 대한 검색은 물론 관련 책까지 찾아봤으니 말이다.  그 당시 그녀가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는 여행 작가는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 정복> 외 여러 권의 책을 쓴 안시내 작가이다. 김물이 다니던 고등학교로 강연을 오셨는데 그 이후부터 인도 바라나시의 로망을 찾기 시작했다. 18살 소녀에게 인도의 바라나시를 꿈꾸는 것은 독서실 안의 공간을 뚫고 나가겠다는 욕망에 모자라 독서실을 인도 바라나시로 만들어 버리는 깡 그 자체였다. 허구한 날 여행 유튜브와 여행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며 여행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그곳의 공기를 상상한 채 지리과목 수능특강을 풀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에게 무릎까지 차오른 문제집은 지리과목 문제집들이었다. 쇼핑을 하듯 좋다는 지리 교재가 있으며 일단 사고 봤으니 말이다. 고3 여름방학 때 재수 독학 학원을 다녔었는데, 그때 같이 다니던 친구가 “쟤는 볼 때마다 지리 공부해”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문제를 풀 때마다 그녀가 꿈꾸는 여행지에 대한 탐험의 느낌이 들었으니 그것은 당연히 사랑이다.


김물은 경영학과에 가고 싶었다. 진로 희망 칸에도 브랜드 마케터라고 적었었다. 18살까지 김물의 생기부에는 마케팅, 브랜딩,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잔뜩 적혀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입시의 터널에 갈증을 느낄 때는 어떤 사업가가 되어있을지 상상하며 수분을 채웠다. 그리고 그 상상에 대한 현실감을 그녀는 충분히 느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현실은 그게 아니야.”,”공무원을 왜 다들 하겠니”,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야.”, “교대 가면 최고로 좋겠다.” , “교대 하나만 넣어보자.”. 6년 동안 학업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 이셨기에 부모님이 원하는 학교 하나는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대는 전 과목 성적은 물론 꾸준히 준비해온 친구들도 떨어지는 어려운 입시 중 하나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나길 원하지도 않았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교대를 넣으려면 자기소개서에 쓸 소재는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경영과 교육을 함께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꾸준히 해왔던 심리 동아리와 교육봉사가 생활기록부와 자소서에 도움이 되었다. 대학 입시 결과는 7개 중 3개 합격. 놀라운 것은 3개 중에 교대가 포함이라는 것이다.


경영학과로 붙은 대학교와 교대 사이를 고민하는 날들 중 마지막 날, 김물은 강원도 춘천으로 여행을 갔다. 강원도 춘천의 한 시장 안에 있는 국숫집 앞에서 아빠와 통화를 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렴.” 강촌 레일바이크를 타며 엄마와 통화를 했다. “둘 다 포기한다고 가정할 때, 더 아까운 것을 선택해.” 그들의 말은 괴로운 선택의 시간을 더 가속화시켰고 결국 그녀는 안정적인 직장에 비교적 이르게 얻을 수 있는 ‘교대’를 선택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김물은 그 당시 좋아하는 것이 많고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사람이긴 했지만 김물이 그런 사람이라고 어떠한 글로도, 말로도 할 수 없었기에 그녀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에도 미숙했다. 덜컥 교대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참 좋았다. 부모님 지인들은 딸을 교대 보냈다며 부러워했고 엄마, 아빠도 덩달아 어깨가 올라간다며 행복해하셨다. 행복해하시는 부모님을 보니 김물도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교사가 된 그녀의 미래는 그려지지 않았고 억지로 그려본 그림에는 회식으로 칠해진 벽들이 있었다. 설렘과 사랑이 없었다.


2020년 6월 김물은 연합교육봉사 동아리인 ‘여행하는 선생님들’이라는 동아리에 지원하였다. 한 달간의 워크숍을 거친 후 일주일 동안 산간지역 고등학교에 가서 꿈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아리였다. 워크숍에서 김물은 처음으로 그룹 속 말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을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말을 못 했던 것에 가깝겠다. 다른 팀원들이 하는 말들을 이해는 하나 그녀의 경험 속에서 우러나오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그녀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할 수도, 그녀의 가치관도 없었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는 편인 줄 알고 살았던 김물에게 그런 공식적인 모임 속에서 말 없는 인간이 된 경험은 적잖이 충격이었다. 동시에 경험, 가치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김물 자신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로만 생각한 김물이라는 사람을 실현시키고자 결심했다.


그렇게 김물은 김물 자신이 되는 방법 여러 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아직 찾는 중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추가되는 방법이기에 완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음을 미리 밝힌다. 방법들을 일렬 정리를 통해 나타내기보다는 현재 김물의 행보를 남기는 목적으로, 삶의 살아가는 여러 방법을 기록하는 목적으로, 다소 개인적이고 지나친 솔직함의 서술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그렇게 김물은 brunch의 작가로 글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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