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거리

by 키스톤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희망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손에 쥐고 싶은 꿈. 혹은 작은 행동에서 일으킨 잔잔한 파장.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바람의 가장 깊은 곳에는 관계가 있다.


손에 쥐고 싶은 물질적 바람을 떠올려본다. 그것은 나로부터, 때론 타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무엇을 받고 싶어 말을 꺼낼 때, 타인은 고민한다. ‘이걸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고민이 생기는 이유는 관계가 적당히 멀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내 방식대로 상대가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 이 바람은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서 생긴다. 나는 알았다.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그러나 마음은 늘 견고한 틀을 세우고 그 안에 상대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들었다. 이러다보니 끝을 향해 가는건 싸움이다.


이 두 가지 바람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뿌리를 가진다. ‘내 기준’이라는 틀. 바로 신뢰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래 함께하며 말없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란다. 공기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나는 그 단순한 사실을 늘 놓치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에게 바랐던 마음에는 조건만 있었다. 본질을 잃어버린 채.


가령, 처음 만난 사람을 선뜻 믿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있다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기만일지 모른다. 진짜 신뢰란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의 결실, 그 긴 여정이 주는 보상이 아닐까.


우리가 물질적인 것을 행 할 때 관계는 너무 멀어져 있는 것이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줬으면 하는 건 너무 가까워 있는 것 때문은 아닐까.


관계를 지키려면 내려놓아야 한다. 내 안의 완고한 기준들을 기꺼이 덜어내야 한다. 그 앞에 선 존재를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 마음. 그때서야 비로소 메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 듯, 진짜 믿음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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