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막 지나고 아이 앞으로 한 통의 서류가 도착했다.
신분증을 만들라는 안내문.
흥분감과 덤덤함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생일이 빠른 친구들에게 소식을 들어서 그랬으리라.
하지만 바로 신분증을 만들 수 없었다.
연달아 기다리는 시험 앞에 여유로움은 사라졌으니까.
방학 동안 머리를 기르고 미용실에서 다듬고서
포토샵을 잘해주는 사진관에서 처음으로 증명사진을 찍었다.
가족 단체방에 올린 사진은 낯설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아직도 뒤집기하고 떼썼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카톡이 울린다.
신분증 나왔어요.
짧은 문자 뒤로 사진 한 장이 따라왔다.
손바닥만 한 카드를 펼쳐 보이며 찍은 사진.
당연하고 사소한 것이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설렘을 주기도 하니까.
성인이 된 기념으로 우린 파티하기로 했다.
어떤 술을 마실 건지 물어보니 포도주를 이야기한다.
신랑과 나는 잘 몰라서 무조건 비싼 걸 샀다.
처음 아들과 함께 마시는 술이니까.
저녁이 되자 동생들이 하나씩 들어와 식탁 주위로 모였다.
좁은 자리가 금세 꽉 찼다.
누군가 핸드폰 스피커로 노래를 틀었고, 막내는 과자 봉지를 뜯으며 형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안주는 치즈와 감자칩뿐이었지만
동생들의 축하가 더해지니 12첩 반상이 차려진 기분이었다.
처음 마셔볼 술 앞에서 상기된 표정이 떠나지 않는다.
잔을 들고 다 같이 짠, 소리를 냈다.
별것 아닌 소리인데 왜인지 울컥했다.
한 모금 마시더니 쓰다고 했다.
그러자 동생이 너스레를 떤다.
고3 형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은 쓸 수밖에 없다고.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공부만 하던 녀석과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대화를 나눴다.
나이만 먹었다고 성인이 되는 게 아니라고.
이제부터는 행동과 책임을 함께 고민하면서 선택하라는 말과 함께.
첫 모금은 쓰다, 끝맛이 달콤한 포도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