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야 쫄지마

준비를 시작하다

by 쌀집아들

본격적인 버스킹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의 시작은 선곡이었다. 해외 버스킹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K-pop 위주의 선곡으로 우린 버스킹을 하고 그 노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공연을 봐주면 거기에 덩달아 신이 난 우리도 즐겁게 노는 것!! 한창 위용을 떨치고 있는 K-pop 특수를 누려 보는 게 내가 생각한 수월하면서도 재밌는 모습이었다. 나의 이런 슬기로운 의견을 모두와 나누고 각자가 적합다가 생각되는 노래를 5곡 정도씩 골라오면 그 중에서 분위기와 대중성, 우리 실력으로서의 재현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최종 10곡을 골라서 연습하기로 했다. 사실 현지 분위기와 대중성은 잘 모르니 결국 대충 다수결로 선곡되거나 누가 우기면 선곡 될 게 뻔했다.

가요를 잘 듣지 않는 편인 나는 그동안 좋아했거나 그나마 내 귀에 익숙한 아이돌 노래와 유명한 드라마 주제곡으로 5곡 정도를 골랐다. 며칠 뒤 각자가 골라온 노래 목록을 대화방에서 열어 보았을 때 나는 좀 당황했다.


- 아니....이거.......k-pop축제로 가는 거 아니었어?

- 그렇긴 한데 팝송도 몇 곡 하면 좋지. 왜? 이거 좋은 노래야.

- 노래는 진짜 좋은 것들이고 명곡이긴 한데...분위기가.......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사뭇 다르네...

- 아 모르는 소리! 이거 요새 핫한 노래야.

- 그런가...k-pop을 등에 업고 분위기 좀 타보려고 했던 건데....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 그것도 좋긴 한데 다른 것들도 다 좋은 노래들이야. 분위기 괜찮을 껄?

- 일단 골라보자.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빼면 되고.

- 그래 생각은 다들 다를 수 있으니까...


역시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고... 아무튼 머가 많이 다르다. 사람들은 다 다르다. 하긴 그러니까 재밌는 거지만... 당연하게도 우린 현지의 상황과는 별개로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반영되어 아주 똑 부러지게 팝송 다섯곡 케이팝송 다섯곡 총 열곡을 선곡했다. 아주 공평하다.

셋의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직장인 밴드에서 각자 하던 게 있으니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드럼 두들기는 재영이는 카혼을 겁나 두들기고, 베이스 치던 나는 통기타를 겁나 치고 보컬인 상민이 형은 그냥 노래. 나와 재영이는 여태껏 연주만 해 왔던 터라 갑자기 악기 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이 어색할까 걱정이 조금 되긴 했지만 어떠랴 잘 할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외국에서 하는 건데...


2017년 12월 27일 셋은 홍대 앞의 어느 카페에 모였다. (지금은 없어졌더라...워낙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거기가 없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따뜻한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옹기종기 둘러 앉았다. 각자가 내가 3장씩 인쇄해 간 가사를 보며 자신들이 맡아 부를 파트를 나누었다.


“일단 노래 파트는 상민이형이 다 하는 걸로 하자.”

“그래. 하다가 많다 싶으면 좀 나눠주던가 하고.”

“문제는 랩인데...우리가 랩을 할 수 있을까?ㅋㅋㅋ”

“그러게 말이야 ㅋㅋㅋ”

“대충해. 소리만 나오면 돼 어차피 아무도 못 알아들어ㅋㅋㅋ”

“사실 랩이 걱정이야.”

“랩이라니...ㅋㅋ”

“머 사실 그래서 나가는 거잖아. 우리나라에서 하면 밑천 다 드러나는 거니까 많이 부끄러워서 ㅋㅋㅋㅋ”

“하긴 여기서 할 꺼면 랩은 생각도 안했지. ㅋㅋ”

“걍 셋이서 돌아가면서 두더지 잡기처럼 합이 짝짝 맞는 느낌만 나면 돼.”

“그래, 그게 멋이지.”

“좀 어렵긴 하겠다. 그렇게 맞추려면.”

“맞어. 연습 많이 해야 돼.”

“연습만이 살 길이다!”

“그래, 연습 많이 하자.”


고민 할 것 없이 노래 부분은 거의 전적으로 상민이형이 맡기로 했다. 나머지 랩 부분을 나와 재영이가 나누어서 맡기로 했는데 의욕과 설렘이 가득했을 때라 기꺼이 그리고 아주 용기 있게 파트를 나누고 맡았다. 말 빨리 하는 게 랩이지 하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내 몫을 맡고 믿음으로 재영이의 몫을 주었다. 그리고 노래마다 후반 부에는 셋이서 같이 부르는 부분도 정하고... 아주 순탄하게 금방 정하고 우린 잡담하고 놀았다.


셋이서 그러고 노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냥 우리가 멋져 보였다. 동지들끼리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그것에 대해 궁리하는 것이...늦은 시간까지 모여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개인 연습 시간을 충분히 갖고 한 달 후에 합주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 자기 꺼 자기가 알아서 연습만 잘 해 오면 된다.

“잘 해보자....정말 이번 껀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길 거야.”

“죽기 전에 손주들한테까지 해 줄 얘깃거리가 생길 거야.”

“그래...진짜 그정도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