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으로...
상승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울렁이며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비행기를 타 볼 기회도, 타려는 생각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비행기를 타게 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나이가 들어가며 그런 감흥이 조금씩 떨어져 갔고, 이젠 비행기를 봐도 설레거나 하지 않는다. 가끔씩 애써 그 시절의 감흥을 꺼내어 보려할 뿐이다. 그 때 나의 세상에선 나도 그럴 수 있었다. 이제 나의 세상이 변해버린 지금 다시는 그 때의 감동과 감흥이 되살아 날 수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2018년 2월 28일. 마침내 출발 하는 날이다. 얼마나 고대하며 손꼽아 기다렸던 날인가. 마침 이 날이 직장 회식 날이라 회식에 참석해 고기만 든든하게 먹고(회식인데 돼지고기라니...짜다짜) 은밀하게 몸을 빼 나와 출근할 때 미리 꾸려 온 배낭을 메고 공항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어젯밤 둘이서 많은 일을 했더랬다. 현수막 디자인을 싹 바꾸고 부랴부랴 당일 출고로 주문을 넣었고 페이스북에 형식적으로나마 별거 아닌 사진과 글 몇 가지를 올리놓기까지 했더랬다. 기특하다. 생각했던 이상으로 같이 힘내주고 동참해주니 든든한 것이 가슴이 뭉클할 지경이었다. 상민이형의 집이 가장 가깝다는 죄로 현수막까지 직접 찾으러 갔다 왔다. 금방 될 줄 알았던 일이 차가 막혀 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서울이 그렇지.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날이라 공항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비행시간 3시간 정도 전에 모이기로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공항 기차에 가방과 몸을 실은 후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다들 어디심?
-10시 반쯤 도착예정
-난 이미 공항 와서 커피 숍에 자리 잡았지
-일찍 왔네
-도착하면 연락해
-난 태한이 바로 뒤 따라가는 것 같다
-이따 봅시다들
밤 10시 반경 우리 셋은 공항에 모였다. 비행까지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공항에 와서도 둘은 바빴다. 며칠간 한국을 떠나있어야 하는 까닭에 미리 처리해야할 일들이 있어 전화로 노트북으로 열심히들 이었다. 갸륵하다. 저래 열심히 동참해주다니...
엉뚱한 데 있다가 뒤늦게 알고 티켓팅 장소로 가니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30분 정도를 기다려 티켓팅을 했고 각자 다른 루트로 예매를 한 까닭에 자리는 따로 앉게 되었다. 티켓팅 할 때 기내로 가져갈 가방 무게를 쟀는데 상민이형의 짐이 기내 반입 기준을 훨씬 넘도록 무거웠다. 장장 12Kg. 나와 재영이가 나눠 담아도 택도 없이 부족했고 결국 수화물 비용을 추가로 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더운 나라 4일 가는 건데?”
“짐... 머 별거 없어. 다 옷이야.”
“아니 옷을 얼마나 가져가는데 이렇게 무거워?”
“옷도 별로 없어. 마이크가 좀 무거워서 그런가 보다.”
“캐리어 자체 무게가 많이 나가네. 나도 사실 무거운 건 보조가방에 빼고 무게 달았거든.”
“이야 재영이가 잘했네. 요령 있었어.”
“형도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와서 들지. 너무 캐리어에 다 몰아 넣었네.”
“있어봐. 화장품, 옷, 먼 신발이 이렇게 많아? 근데 딱히 무거워 보이는 건 없는데 왜 이리 많이 나가지?”
“그러게. 어떻게 12키로가 나가지?”
“진짜 캐리어 자체가 무거운가 보다.”
“할 수 없다. 쓸떼없이 돈을 쓰는 수 밖에 ㅋㅋㅋ”
“이러면 대한항공 아니야?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
“돈이 줄줄 새네 그냥 ㅋㅋㅋ”
“아이고 아까워~~”
“으이그 앵간히 좀 가져오지.”
결국 형의 캐리어는 쓸떼없지만 피해갈 수 없는 지출과 함께 수화물로 넘기고 출국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옛날엔 출국 심사대에 길게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요즘엔 자동출국심사대가 많이 준비되어 있어 출국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내가 인터넷 면세점에서 썬크림 몇 개를 산 게 우리 셋의 면세점 쇼핑의 전부였다. 나는 먼저 인도장을 들린 뒤 게이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인도장을 들른 뒤 두리번 거리며 게이트 앞으로 갔다. 어깨에 배낭을 맨 채 비행 게이트로 향하는 발걸음은 일상의 고단함과 피로를 씻어 주고 가슴을 뛰게 하여 생동감을 느끼게 해 준다.
게이트 앞에 모인 우리는 ‘초딩 아닌 성인 남자 셋이 떠나는 여행도 이래 소란스럽고 장난스러우며 염치란 걸 모른다.’ 라고 행위 예술로 표현하듯 요란스레 까불며 사진을 찍고 장난스러운 농담을 하며 히히덕 거렸다.
“우리 그래도 좀 부끄러워하자. 보는 눈 많네.” 라고 말은 했지만 지나치게 신이 난 우리의 장난은 비행기 탈 때까지 계속 되었다.
비행기에 올라타며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방콕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