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야 쫄지마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다

by 쌀집아들

좌석이 불편하고 앉아서 잠도 잘 못자는 내게 5시간이 넘는 비행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옆 사람의 발 냄새가 나거나 말거나, 인고의 시간이 되거나 말거나 비행기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다행히 무사히 이륙했고 밤하늘의 한 가운데로 콰하~ 하며 나아갔다.


그 날 야간 비행에서 바라본 별빛은 너무도 진하고 밝아서 마치 검은 밤하늘의 얼굴에 생긴 여드름 같았다. 파운데이션처럼 먼지와 안개에 살짝 가려진 지상에서 보는 별빛이 차라리 이쁘다고 생각했다.

밤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안 특유의 공기와 분위기 속에서 단 한 번의 일어섬도 없이 망부석처럼 앉아 은밀히 피어오르는 꼬랑내를 수시간 동안 견뎌낸 후 드디어....마침내....퐈이날리...우리가 탄 비행기는 돈무앙 공항에 도착했다.


‘크아~~~드디어 도착이구나~~~~~!!’ 여러 의미로 문자 그대로 뛸 듯이 기뻤다.

착륙 중에 옆자리에 앉은 그 스멜의 주인공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몇 시간 동안 옆자리에 앉았었다고 약간 친근감이 생겼는지, 착륙을 하니 자기도 신이 났는지 ‘몇 명이냐, 어디 놀러가냐, 머 할꺼냐’ 등등의 질문에 이어 자신의 방콕 여행에 대한 유창함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뜻 모를 관심에 의아해하며 사회적인 웃음과 대답을 했고 최대한 부랴부랴 짐을 챙겨(마음만큼 기내에서는 민첩하게 움직일 순 없지만)기내를 빠져나와 동지들을 만났다. 형과 재영이가 먼저 나와 있었다.


“예~~~~도착~~~!!”

“드디어 도착인가?”

“신나는데?ㅋㅋ”

“아~ 감격스럽다!”


흥분의 도가니탕에 빠져 감격의 말들이 한동안 쏟아져 나왔다.

“아놔 내 옆자리 남자 발 냄새 때문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바로 하소연했다.

“그래? 난 내 옆자리 비어서 완전 편하게 왔는데.” 재영이가 말했다.

“머야? 완전 비즈니스 급으로 타고 왔네. 진정으로 부럽다. 그쪽으로 갈걸.” 너무 쉽게 포기한 나의 부러움 섞인 한탄이었다.

“난 너무 피곤해서 뜨자마자 자서 한 번도 안 깨고 착륙할 때까지 잤는데...옆자리에 이쁜 여자애가 앉았었는데 자느라 말도 못 걸어봤다.”

“형 안 잤어도 말 못 걸었을 거잖아.ㅋㅋ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잤데...진짜 젤 부럽다.”

“진짜 피곤했거든” 사실 출국전날부터 비행기 탈 때까지 고생한 상민이 형이었다.

“와 목마르다. 물부터 마시자.” 나는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5시간 반 동안의 비행에서 물값 그거 아끼느라 목마름을 견뎌낸 나였다.

“니는 머 안 마시냐?” 부랴부랴 물을 삼키며 내가 물었다.

“난 라면이랑 맥주한잔 했다.” 재영이가 배부른 소리를 했다.

“머? 4500원짜리 컵라면 소짜를 먹었다고? 임마 이거 완전 사치했네. 부르주아네 부르주아.”

“완전 개부잔데?”

“진짜 좀 비싸긴 했어.”

“멋진 놈! 남자란 저래야지.”

“이야~~ 그래도 도착했네. 진짜 시작이다.” 기지개를 키며 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