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야 쫄지마

드디어 호텔로...

by 쌀집아들

*8 AM


어쨌거나 길을 통했다. 다소 돌아가는 방향인 듯 했지만 그 덕에 길거리 구경도 한다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쁘게 걸었고 골목을 지나며 오늘의 장사를 준비 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 간판을 비로소 발견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와아~~~”

“예~~~~~”

“저거 맞지?”

“어 저거 맞네 맞네. 겁나 반갑다. 건물 간판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아 진짜 감격이다.ㅠㅠ”

의식주의 중요함이란...맘편히 이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여실히 알게 되었다. 지친 몸을 받아 줄 숙소를 보니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이른 시간이라 당장 체크인은 안 되지만 짐 보관을 해주고 오전 10시에 추가 비용 없이 체크인을 해 주겠다고 했다. 얼마나 감사한지. 인심 좋은 방콕이구나 싶었다.

현 시각 오전 8시 경. 호텔에 짐을 맡기고 우린 다시 마사지 샵을 찾아 나섰다. 아침에 할 것도 마땅치 않고 역시 방콕은 마사지라며 마사지를 받으면 분명 에너지가 다시 충전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가기 전 호텔 직원에게 추천할 만한 마사지 샵이 있느냐고 물어 또 약도를 통해 안내를 받은 후 길을 나섰다.

방금 우리가 걸어온 그 길을 다시 되집어 가는 길이었는데 그 길 이름이 람부뜨리 거리. 하지만 여전히 문을 연 마사지 샵은 찾기 힘들었고 생과일주스 가게가 일찍부터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던 터에 비로소 우린 진정한 방콕의 현지 음식을 먹게 되었다. 나는 망고 주스, 재영이는 파인애플 주스, 상민이 형은 수박 주스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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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망고 주스가 젤 맛없게 보이네.”

“우와 진짜 맛있어. 난 워터멜론을 젤 좋아하거든.”

“수박이라고 해~~”

“야 이거 먹어봐.”

“망고도 진짜 맛있다. 통째로 씹혀 그냥.”

“야 이거 먹어봐. 파인애플도 맛있어.”

“한 입씩 먹어보자.”

“그냥 입대도 되지 않아?” 내 빨대를 빼서 다른 컵에 꽂아 먹으려는 날 보며 상민이 형이 말했다.

“안돼요. 난 안 돼.”

“왜? 너 간염 같은 거 있어?”

“그냥 찝찝해. 나 결벽증 있거든 ㅋㅋㅋ”

“미친 ㅋㅋㅋ”

“수박 먹고 망고 먹으니 맛이 영....” 한 입씩 다 맛을 본 재영이가 말했다.

“수박에서 고무 냄새 나는데?”

“그래? 난 맛있는데?”

“나도 맛있는데”

“아니야 먼가 싱크대 냄새 같은 게 나. 신선한 수박이 아닌 것 같애. 예리한 나의 후각을 피해갈 수 없지.” 나만 수박 주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아직은 덥지 않은 방콕의 아침 공기 속을 오랜만에 짐을 내려놓은 가뿐한 걸음으로 헤매며 과일 주스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산뜻한 기분이 들며 현지에 여행 온 기분이 한껏 올라왔다. 생뚱맞게 헤매긴 했지만 지나고나니 그마저 재미였고 즐거웠다. 호텔 직원이 추천해 준 마사지 샵 앞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오픈 전이었다.

“여기도 9시에 문 연다고 되어있네.”

“오픈 시간 관계없이 좋은 데를 추천해 줬나봐.”

“쿨 한 사람일세.”

“진짜 좋긴 한가보다.”

“오다 보니까 저 쪽 반대편에 하나 문 여는 것 같던데.”

“그래? 어디?”

“바로 저긴데... 확실친 않은데 가보자.”

방금 우리가 지나온 방향을 다시 되짚어 골목을 지나 조금 전 흘깃 봐 둔 가게로 향했다. 오픈 준비로 부산했다. 역시나 우리는 미소를 머금으며 ‘싸와디카~압!’. 지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냐는 우리의 물음에 직원들은 나의 시선에서 봤을 때 반색하며 우릴 맞이했다. 그 집은 이른 아침 3명의 남자 손님으로 하루 영업을 개시하게 되었다.

“어떤 거 할래?”

마사지 종류는 여러 가지였다. 부위만도 전신이냐 발만이냐 어깨냐, 시간도 30분이냐 한 시간이냐, 아로마 오일 바를꺼냐 말꺼냐 등등 마사지 종류가 A4 용지를 꽉 채우고 있었다.

“음.....이른 아침에는 역시.......아로마인가?ㅋㅋ”

“난 무조건 발 마사지야. 그게 젤 시원하더라 난. 어깨 허리 이런데는 불편해.”

“종류 많네. 머하지?”

“발 해 발! 그게 젤 나아.” 내가 강력히 추천했다.


고민고민 끝에 우린 셋 모두 2시간 코스의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한 쪽에서 재영이가 열심히 마사지 요금 협상에 애를 썼지만 결국 에누리 전혀 없이 가격표에 적힌 가격 그대로 두 당 450바트에 하기로 했다.

“너의 노력은 인정해 주마.”

“쉽지 않네. 좀 깎아 보려고 했는데...”

“셋이서 두 시간 짜린데 깍아 줄 법도 한데...”

“와! 근데 2시간 동안 발마사지만 하는 거야? 그럼 발 한쪽에 한 시간씩 하는 거야? 완전 주물럭 되는거 아님? 나중에 걸을 수는 있겠지?”

“고양이 발 되는 거 아니야?”

“살금살금 걸을 수 있겠군.”

“그건 너무 귀여우니까 주물럭이라고 하자!”

“철벅철벅 걸을 수 있겠군.”


마사지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발을 씻으러 갔다. 셋을 돌아가면서 한 아저씨가 씻겨 주었다. 세족을 마친 후 마사지 실로 옮겨 가 이미 반쯤 누워있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그 중 내가 앉은 의자는 덜 누워 있길래 “마이 체어!”라고 하며 손짓으로 내 의자는 덜 누워 있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한마디 하자마자 발을 씻겨 주었던 아저씨가 즉시로 의자를 바꿔주었다.


“아~ 이 핑계로 좀 깎아 달라고 할라 했는데 아까비~~ㅋㅋ”

“자! 사진 한 장 찍자!”


기념 셀프 촬영까지 마친 후 의자에 기대어 앉아 마사지 받을 준비를 했고 따뜻한 수건이 나의 한 쪽 발을 감쌌다. 그 후 두 시간으로 예정된, 무려 발 하나당 한 시간씩 배정된 마사지가 시작되었고 나는......난생 처음으로 아주 아주 깊고도 강한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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