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서핑하기 은근 빡세다.

by 쌀집아들

오후에 힘을 내서 서핑을 하러 해변으로 나갔다. 전에 배운 가닥을 믿고 강습은 생략하고 보드만 빌려 바로 바다로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해변가로 가는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부터 해변에서 한 남자가 반색하며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서핑?스위밍?’ 이라고 하는 것 같다. 너 서핑할꺼야 수영할꺼야? 라고 물어봤겠지 아무래도…


길을 건너 홀리 듯 그 호객꾼의 샵으로 향했다. 보드 렌탈만 하는데 15000원 일단 불러 놓고 얼마 줄 꺼냐고 되려 나에게 묻는다. 잠깐 고민하다 만원을 불렀다. 흔쾌히 거래 성사! 오후 네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두 시간 정도 서핑을 한 후 석양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멋지고 꽉찬 계획을 머리 속에 세운다.


왕초보자용 커다란 서핑보드를 질질 끌고 바다로 향했다. 내가 처음 서핑을 한 건 양양에서 였지만 그땐 파도가 전혀 없어 보드에 일어서기는 했어도 파도를 타지는 못했다. 진짜 생각해보면 너무 했다. 파도타기 강습인데 파도가 전혀 없던 탓에 자기들이 보드를 손으로 직접 밀어주며 강습을 하고 5만원 가량을 받아갔다. 하긴 파도가 없는 걸 그 사람들을 탓할 순 없다. 제대로 파도를 탄 것은 그 후 수년이 지난 후 일본 치바현에서 였다. 굉장히 한적하고 파도도 잔잔하고 모래도 부드러워 초보들에게 아주 알맞은 곳이란 정보를 같이 일하던 동료가 친구가 해 준 얘기라고 전해 듣고 도쿄 여행하는 겸 그곳에 들렀었다.


최초의 기억이란 꽤나 인상적이고 그러므로 중요하다. 처음 서핑 보드 위에 서서 파도를 타고 지구 표면을 쭈우욱 미끄러지듯 달렸던 기억은 지금도 선연하다. 온 몸으로 느껴졌던 짜릿함과 희열감. 지구와 함께 어우러져 노는 듯한 느낌.세상의 꼭대기에 올라 선 것 같은 기분. 새로운 것은 언제나 생소한 흥분감을 주지만 파도가 나를 밀어주는 그 느낌은 정말이지 오래오래 몸에 남아있었다.


그 기억으로 바다에 나갔지만 발리의 파도는 만만치 않았다.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파도가 너무 잦은 탓에 오히려 내가 채비를 다 마치지도 못한 채 부랴부랴 보드에 올라서야 했고 마음이 급한 탓에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해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배운 가닥으로 한 시간여 남짓한 시간 동안 두어번 정도 제대로 탔던 것 같다.


너무 자주 넘어지며 바닷물도 배부를 정도로 많이 먹고 쉴새 없이 들이치는 파도를 이겨내고 포인트까지 나아가는 데 지쳐 두 시간을 훨씬 못 채우고 보드를 반납했다. 넘어졌다 일어나기만 하는 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탈만한 파도가 넘쳐 난다는 점에서 서퍼들의 천국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파도가 드문드문한 곳에선 파도로 싸움이 난다고 까지 하던데...모래에 쓸려 다리도 쓰라렸다.


생각보다 일찍 서핑을 마감하는 바람에 40여분을 기다려 일몰을 봤다. 아름다운 일몰은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중요한 것 같은데 왠걸 쓰레기 띠가 해변을 따라 생겼다. 플라스틱컵, 봉지 쓰레기등... 멀리서 보면 반짝거려서 이쁘게 보일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의 명성에 빠직 금이 생기는 것 같지만 또 서계적으로 유명한 탓에 감안해야할 상처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일몰은 역시 어디나 아름답다.


그나저나 지금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심하게 많이 나온다. 세계인들의 캐롤 그 노래. '아돈원어랏포크리스마스~'


딱히 서핑을 제외하면 발리에서 다른 곳에 비해 특별하게 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그런가...밤이 되어 길을 걸어가면 곳곳이 술 일색이고 거리엔 음악 소리가 크게 쿵쾅거린다. 길을 따라 걸어 가면 은밀한 말투로 ‘마리화나 마리화나’ ’머쉬룸 머쉬룸’하며 위험한 환각제 들을 부추기고 '스킨쉽'이라 불리는 마사지 호객이 이어진다. 역시 바에 앉아 술을 한잔 하거나 할 수 밖에 없다.


현지 식당에서 저녁을 때운 뒤 하릴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다 괜찮아 보이는 현지 커피숍에 갔다. 더운 탓에 아이스 라떼를 시켰지만 손만 시원하다. 급하게 한 잔 들이키고 숙소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몸을 많이 움직인 덕에 늦은 시각에 들어간 카페인에도 아랑곳 없이 노곤노곤하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