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동녘 사누르

by 쌀집아들

꾸따에서 3박을 한 뒤 사누르라는 지역으로 넘어왔다. 이 곳으로 넘어 온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발리 섬의 서쪽인 꾸따에 며칠 있었으니 이번엔 동쪽 지역으로 가보고 싶었다. 사누르가 어떤 곳 인지도 잘 몰랐다. 전혀 몰랐다. 그저 발리는 어딜가나 서핑은 기본으로 할 수 있는 바다를 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랩택시를 불렀다. 그랩 택시를 부르기 전 호텔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해보려고 했다가 그랩에 나온 금액의 4배에 달하는 액수를 부르길래 그대로 돌아섰다. 외국인 관광객은 늘 그렇다. 현지인 몇 명의 몫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다행히 교통 체증이 심한 길은 아니라 수월하게 도착한다. 발리 섬은 도로가 좁다. 그래서 교통 발달이 어려워 보인다.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토바이들이 많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신호등도 딱히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눈치로 도로가 컨트롤 된다.


생각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찌감치 체크인을 했다. 기분 탓인가 이곳이 서쪽보다 훨씬 더운 것 같다.


에어컨이 미리 켜져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고맙게도 방 열쇠를 전원에 꽂는 것과 별개로 에어컨은 늘 돌아간다. 그 덕에 상쾌해진다. 짐을 대충 풀었다. 너무 더운 시각이라 밖으로 나가기는 엄두가 안 나서 호텔 내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자 했다. 1층 식당으로 가니 무슨 일인지 분주하다. 오늘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나 보다. 좀 산만해서 난감해 하고 있자니 어느 직원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루프탑에도 식당이 있다고 했다. 이 호텔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센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5층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야외라 더웠지만 발리에 와서 방콕 하기는 그래서 루프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체크인 할 때 받은 50프로 음식 할인 쿠폰으로 주문을 할 계획이다. 메뉴를 보다가 햄버거는 어제 먹었고 샌드위치는 한국에서도 내가 종종 만들어 먹으니 남는 건...피자다. 마가리따 피자와 god of island라는 mocktail을 주문했다. 목테일이 뭔지는 몰라도(오타난 건 아니겠지?) 확실히 알았다. 나는 술이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음료가 나한텐 더 낫다.


먼저 나온 얼음이 담긴 음료를 들고 경치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얼음이 담긴 음료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등에 땀이 흐른다. 조급증이 난다. 너무 덥다. 근성이 버텨 낼 수 있을까? 방에서 먹긴 너무 답답한데? 결국 적도의 더위 앞에 나의 근성이 무너진다. 40도가 넘는 인도의 더위도 견뎌냈던 난데...버틸 수가 없다. 버티고 싶지 않다. 보양식도 아닌데 땀을 줄줄 흘리며 먹고 싶진 않다.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얘기하고 방으로 간다.


‘아~~!’ 시원하다. 살 것 같다. 이로써 오늘 오후의 계획은 정해졌다. 해질 무렾인 5시까진 숙소에서 찌그려져 있다가 저녁에 해변가로 나가서 해수욕을 한다. 서핑을 하고 싶지만 어제까지 2번의 허접 한 서핑으로 손바닥과 양 허벅지가 다 쓰라린다. 연고를 가져 오길 너무 잘했다.


20여분 후 피자가 도착했다. 약간 짰지만 나는 한 판을 혼자 다 먹었다. 한잔의 mocktail과 함께...남은 오후는 침대에서 뒹굴 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