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사누르에서의 하루를 정리할 요량으로 맥주(bintang,san miguel각 1병씩)를 들이키고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후부터 저 멀리 보이는 구름 뭉치 속에서 가끔씩 불빛이 번쩍번쩍 하더니 그 구름이 여기 까지 흘러 왔나 보다. 이런 식이라면 일기 예보가 가능할 것도 같다.
무거운 창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더니 비 냄새가 난다. 정확히는 비에 젖은 흙 냄새겠지. 흙 냄새는 비슷하구나. 가는 곳 마다 흙의 상태는 달라 보이고 모양도 좀 달라 보이는데 비에 젖에 내는 그 냄새는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익숙한 냄새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
난 비 오는 걸 좋아한다. 비 내리는 소리도 비에 젖어 나는 흙 내음도 비 내릴때의 촉촉한 공기도...어떤 연예인도 비 오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일기예보를 보고 비 내린다고 하는 지역을 찾아가기도 했다던데...그건 좀 내 상식으론 어렵다.
역시나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는 소리가 나고 있고 내음이 풍기며 적도의 더위도 한풀 식은 것 같다. 내일 일출을 보러 갈 예정인데 구름이 꽉 껴있진 않겠지? 아래층의 식당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고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 속에 나의 자판 소리와 올해 마지막 이었으면 하는 캐롤곡이 내 방 안으로 젖어 스며든다. 타지에서 듣는 빗소리는 한층 더 매혹적이다.